"마트 규제 이후 소상공인들의 매출액은 12.9% 늘고 고객 수가 9.8% 늘었습니다. 상생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습니다."(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연구실장)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대형마트 영업규제 공개변론에서 대형마트 측과 행정처분을 내린 행정기관 측 변호사들은 규제의 효과와 절차, 국민정서 등을 둘러싸고 양보 없는 논쟁을 벌였다. 이날 열린 공개변론은 롯데쇼핑과 이마트·GS리테일 등 6개의 대형마트 운영업체들이 서울 동대문구청장과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판단을 위해 전원합의체 차원에서 양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열렸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경제 효과 있나=구청 측 참고인으로 나선 노화봉 실장은 "전체 점포 수의 0.1%에서 불과한 대형마트가 전체 매출액 기준으로는 24.5%를 차지할 정도로 구조가 왜곡돼 있다"며 "영업시간 축소와 의무휴업 처분은 이 같은 시장상황에서 대형마트와 소상공인들이 상생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이뤄진 정책"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노 실장은 이어 "동네 슈퍼마켓·나들가게 3,000개의 결제시스템(POS)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의무휴업일 시행 이후 동네 슈퍼마켓의 고객과 매출액이 약 10%가량 상승해 행정처분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형마트 측 참고인으로 나선 안승호 원장은 이 같은 경제효과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안 원장은 정진욱·최윤정 연세대 교수의 분석 결과를 들어 "의무휴업 시행으로 순소비감소액만 연간 2조원 이상인 데 반해 소상공인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최대치로 잡아야 6,180억원"이라며 "행정처분 이후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원장은 이를 '소비증발'이라고 표현하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올 상반기 소비가 급감했던 메르스 사태에 비유하기도 했다.
대형마트 측은 특히 의무휴업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전통시장으로 향할 것이라는 전제 자체를 부인했다. 안 원장은 "메르스 사태 당시 대형점포나 시장의 매출이 줄었어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6.6% 늘어났다"며 "전통시장이나 소형 슈퍼마켓의 손님이 줄어든 것은 대형마트 때문이라기보다 온라인 상거래의 성장 같은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관들, '시장구조·해외 규제현황'에 관심=대법관들도 이 같은 시장구조의 변화에 주목했다. 김창석 대법관은 구청 측에 "유통산업발전법은 온라인 상거래의 성장 등 시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다소 뒤떨어진 기준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김 대법관은 대형마트 측에는 의무휴업규제가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닌지 묻기도 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해외의 대형마트 규제 실태 △경제 분석 수치를 넘은 약자에 대한 보호 문제 등을 지적했다.
행정규제 실시 과정과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양측의 입장도 엇갈렸다. 대형마트 측을 대리한 김종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대형마트 규제를 시행하면서 수많은 협력업체와 농어민·소비자들의 삶에도 영향을 줬지만 의무휴업 과정에서 이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절차적 하자를 주장했다. 구청 측을 대리한 이림 변호사는 이에 대해 "경제 관련 처분은 특성상 그 판단에 폭넓은 재량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10년에 걸친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개변론에 이르기 전까지 1심 법원은 의무휴업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으며 2심 법원은 반대로 대형마트 측의 손을 들어줬다. 앞선 1심과 항소심 판단이 엇갈리면서 이날 공개변론에는 대학생과 일반 시민들이 변론 1시간여 전부터 방청권을 얻기 위해 줄을 서는 등 많은 이들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변론 내용을 바탕으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