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치솟는 물류·인건비에 가격 메리트 사라져… 3국 이전도 고려

[해외진출기업 "돌아오고 싶다"] 현지 업체들 실태·애로사항<br>국내 복귀땐 인력확보 어렵고 현지 청산절차 너무 까다로워<br>稅감면혜택·생산단지 조성등 파격 인센티브로 U턴 유도를




중국에서 니트공장을 운영하는 S사는 최근 중국의 최저임금이 20%나 인상되는 바람에 진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그동안 주문자상표생산(OEM) 방식으로 일본 등에 니트를 수출해왔지만 생산단가가 높아져 가격경쟁력을 급속히 상실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높아진 인건비에 물류비와 관세 28%까지 붙여야 하기 때문에 중국산이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며 "품질관리가 쉽고 불량률이 낮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 주문량을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 등 해외로 줄줄이 떠나갔던 국내 기업들이 갈수록 치솟는 현지 인건비 부담과 근로조건 강화, 각종 규제조치 등으로 잔뜩 속병을 앓고 있다. 과거와 달리 수지가 맞지 않다 보니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게 되고 상대적으로 생산 여건이 유리한 제3국으로 이전하는 문제까지 고민하고 있다. 이 같은 경영 여건 변화에 가장 민감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내수시장 판매비중이 높은 제조업체다. 특히 해외 OEM공장을 통해 생산해왔던 제조업체들은 투자자금이 적고 공장폐쇄에 따른 청산절차도 적어 그만큼 운신의 폭이 넓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미국ㆍ유럽 등 글로벌 브랜드 위주로 납품하는 대형업체는 아이템당 생산량이 100만장에 육박해 중남미 등지로 빠져나갈 수 있다"면서도"아이템당 수백ㆍ수천장을 제작하는 중소업체는 아시아를 벗어나기 힘들어 한국으로의 복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서울 중구나 종로 쪽에 몰려 있는 봉제공장 주변에는 요즘 일본ㆍ중국 바이어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인건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대규모 물량만 처리하자 다품종 소량 생산에 익숙한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생산공장까지 가동하던 일부 기업도 U턴을 고민하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음향기기업체 C사는 입지 규제로 증설이 어려운데다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지난 1996년 중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최근 860위안에서 950위안으로 뛰어오른 임금 수준과 기술유출 등을 감안해 더 이상 중국 생산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선회했다. C사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현지 시장보다 한국 시장을 겨냥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생산의 이점이 크게 줄었다"며 "본사가 있는 한국으로 공장을 이전할까 고민해봤지만 입지와 인력수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쉽사리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 진출 기업들이 과거와 달라진 경영 여건으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지만 국내 산업구조나 열악한 기업환경 등은 과감한 U턴 행렬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국내 복귀시 인력을 제때 확보하기 어렵고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들은 때문에 올해 4만8,000명으로 결정된 외국인 인력 도입 쿼터를 대폭 늘려 국내 생산기반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쿼터가 지난해보다 41%나 늘어났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 수요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일을 하겠다는 내국인도, 일할 수 있는 공장도 줄어들고 있어 생산시설 공동화가 우려된다"며 "일단 외국인이라도 고용해 국내 생산기반을 재정비하고 추후 내국인 취업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등 해외현지법인 청산을 위한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기업들이 U턴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명업체 D사의 한 관계자는 "현지법인 청산절차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러워 U턴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지기업들의 분위기"라며 "정부가 폭넓은 정보를 기업에 제공하고 당국 차원의 협상력을 발휘해 기업의 고민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세금 감면혜택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생산단지를 만드는 등 U턴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적 뒷받침도 마련돼야 한다. 이은경 수도권정책센터 책임연구원은 "해외 진출 기업이 돌아오도록 하자면 무엇보다 인력문제와 입지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지속적인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경기도 의왕에 자전거공장을 세운 삼천리자전거의 사례도 바람직한 모델로 참고할만하다. 삼천리자전거는 중국에서는 가격대가 낮은 범용제품을 주로 만드는 대신 국내에서는 전기자전거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해 국내외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별 여건과 업종별 특성을 감안해 기업에 맞는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홍충기 중소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가 투자를 유치하려면 투자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경영환경 개선에 마케팅 개념을 도입하지 않고 중복사업이 발생할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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