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9월 9일] 세계의 '엄친아' 한국형 원전

요즘 신세대 사이에는 엄마친구의 아들을 줄인 '엄친아'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엄마가 자녀에게 "친구 아들 누구누구는 공부도 잘하고…"라며 완벽한 존재로 비교하는 데서 나온 표현이다. '엄친아'는 부모 입장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원전 수출계약을 체결, 원전 수출국으로 떠오르면서 '한국형 원전'은 세계 원자력업계의 '엄친아'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벌써부터 국제시장에서는 한국 원전을 견제하는 심리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자칫 우리의 사소한 실수가 경쟁국에는 우리를 흠집 낼 수 있는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결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시장 견제심리 속속 나타나 잘 알다시피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소리 없는 자원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발전은 연료 수입액이 전체 에너지원 중 0.8%에 불과하지만 전체 전력의 40%를 공급한다. 말하자면 준국산 에너지나 다름 없다. 원자력발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이점까지 고려하면 그 장점은 더욱 커진다. 우리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 '한강의 기적'도 사실상 저렴한 원자력 에너지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30년 넘게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면서 지난해 말 UAE와 원전 수출계약을 맺을 때 만큼 감동적이었던 때는 없었던 듯하다. 당시 UAE 원자력공사 사장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지난 30여년간 원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능력을 인정한 것"이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할 때는 가슴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다. 우리는 UAE 원자력공사 사장의 말대로 '원전 안전성'을 바탕으로 국제시장에서 뛰어난 원전 운영실적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원전 수출이 더욱 뜻깊었던 이유는 사상 첫 성과인데다 우리에게 원전 기술을 가르쳐온 미국과 프랑스ㆍ일본 등을 제치고 일궈낸 승리라는 점이다. 단번에 우리는 우수한 운영실적과 원전 안전성이 뒷받침돼 만년 에너지 수입국에서 세계 다섯번째의 원전 수출국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실제로 원전 운영수준을 가늠하는 '최근 3년간 평균 이용률'을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91.8%를 기록, 지난해 세계 평균인 76%선을 훨씬 상회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원전 선진국보다도 15%포인트가량 앞서는 것으로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원전 이용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고장이나 사고 없이 안전하게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장 정지율 또한 최근 10년간 호기당 연평균 0.5회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 업계 안전관리 더 강화해야 이제 원전 수출을 계기로 우리나라 원자력산업의 위상이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축만 하기에는 우리 여건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약 20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 전체 전력의 60%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원자력 안전에 조금이라도 빨간불이 켜진다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쌓아온 신뢰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으며 범세계적인 원자력 르네상스에도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원전 운영자는 물론이고 원자력계의 모든 종사자들이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마음가짐을 구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원자력은 반도체ㆍ조선ㆍ자동차 등과 함께 우리의 대표적 수출산업으로 발돋움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안전과 친환경을 바탕으로 원자력 에너지는 '국가대표 상품'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해야 할 시기다. 또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견인하는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국민들의 지지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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