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美 경제가 가라앉을 때

미국 주식시장의 다우존스지수가 심리적 저지선인 1만1,000 이하로 하락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가 걱정된다는 벤 버냉키(Ben Bernanke)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이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미국 역사상 최대의 거품이 끼어 있는 부동산시장의 붕괴로 연결되면서 경기가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현재 미국 주식시장의 가격수준은 인터넷 거품으로 다우존스지수가 1만2,000에 육박하던 2000년대 초반의 수준에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아직도 주식시장에 거품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때보다 기업 수익이 높아져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 평균을 크게 상회하지 않으므로 거품의 규모가 인터넷 붐 때보다는 작은 게 사실이다. 현재 미국 경제의 진짜 거품은 부동산시장에 끼어 있다. 인터넷 주식의 거품이 다 그리로 몰려갔다는 평이 있을 정도이다. 지난 2000년 후반부터 거품이 꺼지고 2001년 9ㆍ11사태 이후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자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이자율을 1% 수준까지 낮추면서 경기를 지탱했다.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기존 대출을 저율의 대출로 갱신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또 주택담보대출 상환의 부담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여유 자금이 생겼고, 이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 경기를 부양했다. 부시 정부도 감세정책을 실행하고 이라크전 등을 이유로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재정적자를 늘려 이에 장단을 맞췄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연일 기록을 갱신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했다. 기축통화국으로서 미국의 특수한 지위가 아니라면 이미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수준이다. 국민소득 대비 가계 저축률은 미국에 대규모 소비 붐이 불었던 80년대에도 7%였던 것이 이제는 대공황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70년대 중반 이래 4~5배를 유지하던 가계 부문의 자산부채 비율도 역사상 최저인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시 말해 2001년 이후 미국 경제는 부동산 붐과 재정적자로 유지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이 급격히 꺼진다면 미국 경제는 큰 불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미국 정부와 FRB가 거시정책을 잘 쓰면 부동산 거품을 서서히 꺼뜨리면서 미국 경제를 연착륙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국 부동산 거품은 역사상 최대 규모로, 그린스펀만큼 시장의 신뢰가 두텁지 못한 버냉키 의장이 과연 이를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고유가가 지속적인 인플레 요인으로 남는 것도 그의 운신 폭을 좁힐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가 불황을 맞게 되면 우리 경제는 당연히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이 불황을 맞으면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지게 되고,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 주식시장에 들어와 있던 외국자본들이 미국 등 더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선진국으로 도망간다. 최근 주식시장 하락은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미국보다 일본이나 유럽, 또 일본이나 유럽보다는 신흥시장의 가격붕괴가 심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이미 우리 주가는 많이 떨어졌지만 미국의 사정이 더 어려워지면 자본의 탈출이 가속될 것이고, 그에 따른 경기 냉각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국의 이자율이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가계부채 상환 문제가 심각해지면 소비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우리 수출에도 큰 타격이 올 것이다. 대미 수출뿐 아니라 이제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 된 중국에 대한 수출도 감소하게 된다. 우리의 대중국 수출 중 많은 부분이 중국이 미국에 수출할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계나 부품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동산 시장에 끼어 있는 거품의 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자본시장이 개방된 상태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이자율이 올라가면 우리도 이자율을 올리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몇 년간 부동산 붐과 낮은 이자율을 등에 업고 팽창한 주택담보대출 상환이 문제가 된다. 우리의 부동산 거품도 꺼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미국의 불황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미국 경제의 불안에 대해서는 별 언급 없이 우리 경제 전망이 좋다고만 하는 것, 그리고 마침 미국 경제에 불안 요인이 가득 차 곧 문제가 터질 시기에 급히 미국과 FTA를 맺겠다고 서두르는 것을 보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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