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수가 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는 308만6,018명으로 전달 대비, 12만9,224명(4.37%)이나 증가했다. 사상 최고치를 또 다시 경신한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 인구 12명 가운데 1명 꼴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돼 있는 셈이다. 그만큼 우리경제가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신용불량자 중 절반이 20~30대 청년층이라는 점에서 극심한 구직난과 맞물려 자칫 사회적인 `불안요인`이 될까 걱정이다.
신용불량자는 3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기관의 빚을 3개월 이상 갚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신용불량자 가운데는 신용카드와 관련된 채무자가 186만9,433명으로 가장 많다. 문제는 신용불량자가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데도 불구, 해결의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는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신용회복 지원제도`(개인워크아웃)를 도입했다. 그러나 신용불량자가 하루 4,000여명씩 늘어나고 있는 데도 지난 4월말까지 6개월 동안 개인워크 아웃 절차를 밟은 사람은 2,178명에 불과하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금융기관의 비협조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 워크아웃 제도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모든 금융기관이 참여해야 한다. 전 금융기관이 동참하지 않으면 협약상환 계획이 지켜지기 어렵고 효과도 없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협약 가입을 꺼리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협약기관의 동의를 얻어 개인 워크아웃의 절차를 밟고 있다 하더라도 미가입 금융기관에서 채무상환을 재촉할 경우 워크아웃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협약에 참가한 금융기관도 소극적이기는 매 한가지다. 분담금은 채무액과 신용불량자 수에 따라 결정되나 이의 출연을 등한이 하고 있는 금융기관은 한 두 곳이 아니다.
당사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도 문제다. 정부가 도와주기 시작하면 모럴 해저드가 만연, 신용불량자만 더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과거 두 차례에 걸쳐 단행된 신용사면 당시 구제됐던 사람들 가운데 20%이상이 다시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는 것이 그 예다. 정부가 앞장서 신용사면을 해주거나 빚을 탕감해 주겠다고 나설 경우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경고나 다름 없다.
신용불량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기존의 신용불량자에 대해서는 최대한 갱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경기를 회복시켜 이들의 소득을 높여주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청년실업이 더 이상 중가하지 않도록 고용창출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