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반정부시위대가 13일(현지시간)부터 수도 방콕의 '셧다운(마비)'을 예고한 가운데 유혈충돌 사태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자국민의 방콕 여행 자제를 당부하고 나선 가운데 태국에서는 이번 셧다운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2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로이터등 외신은 태국 경찰청 발표를 인용해 지난 11일 여행객이 많이 모이는 방콕 카오산로드 인근 교차로에서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일행이 반정부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총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오토바이를 탄 일행은 두 차례에 걸쳐 반정부시위대를 향해 발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부터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시위현장에서 총격사건이 벌어지면서 현지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반정부시위대는 잉락 친나왓 총리의 사퇴와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조기총선 연기를 요구하며 방콕 시내 주요 지점 20군데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여 교통과 정부 운영을 마비시키는 셧다운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도로를 점거하며 방콕 시내를 마비시킬 계획이다.
태국 정부는 이에 대해 1만4,000명의 병력을 투입해 대응할 예정으로 알려져 유혈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국상공회의소대는 이번 셧다운 사태로 태국 경제가 12억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민주개혁위원회(PDRC)가 주도하는 반정부시위대는 지난해 11월부터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의 부정부패를 규탄하며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그 사이 2명의 경찰관을 포함해 8명이 죽고 수십명이 다쳤다.
로이터는 "상당수 태국인들은 시위가 과격해질 경우 군부가 개입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태국 군부는 지난 81년 동안 총 18차례에 걸쳐 쿠데타 등으로 정치에 개입한 바 있으나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아직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규모 시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우리나라와 미국 등 45개국은 자국민에게 방콕 여행 주의를 당부했다. 각국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시위장소에 접근하지 말고 태국에서 정치적 성향을 상징하는 붉은색 및 노란색 옷을 입지 말라고 강조했다.
주태국 미국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폭력사태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물·식량·의약품 등 필수품 2주일분과 1주일분의 현금을 준비하고 휴대폰을 항시 충전해놓는 것이 신중한 조치"라고 권했다.
이 밖에 태국 의료관광이 늘고 있는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는 시위사태가 의료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의료관광을 취소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