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국, 부동산 버블 붕괴·中企 도산 줄잇자 "경착륙에 선제 대응"

中 "너무 조였나"…긴축서 안정성장으로 궤도 수정<br>물가안정, 최우선 목표 대신 시장수급통해 안정… 집값 합리적 조정 추진 시사<br>물가 6%대 넘나들어 섣불리 돈 풀기 어려워… 지하금융 부실화도 불씨로



지난달 25일 중국 상하이 도심 자딩구의 신규 분양 아파트인 룽후리청 모델 하우스 앞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초기계약자인 이들은 부동산 개발업체가 당초 내걸었던 분양가격을 인하하는 바람에 피해를 입었다며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개발업체는 아파트가 제대로 분양되지 않아 유동성 위기에 몰리는 바람에 분양가격을 30%나 떨어뜨리는 극약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냉각되는 등 중국경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당국의 과도한 긴축정책으로 부동산 버블을 비롯한 중국 경제의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기존의 재정ㆍ통화긴축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서서히 경기의 안정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첫 신호탄은 29일 원자바오 총리가 주재한 국무원 회의에서 시작됐다. 이날 회의에서 중국 당국은 물가안정이 중국 경제의 최우선 목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물가안정을 그동안 '경제 최우선 목표'라고 적시해왔지만 이날 국무원 발표문에는 이 같은 문구가 사라지고 시장수급을 통해 안정을 취한다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대신 거시경제 기조를 예민하고 정확하게 선행적으로 판단해 적시에 선행조치와 미시조정을 취한다고 밝혔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오던 정부의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부동산 구조조정을 추진해나가되 '집값의 합리적 조정을 추진한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이는 일변도 부동산 규제책에서 벗어나 부동산 가격 급락에 따른 경기 경착륙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같이 중국 정부가 기존의 긴축정책에서 궤도 수정에 나선 것은 부동산 거래 실종, 중소기업 줄도산, 해외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경기 악화 등으로 경착륙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으로 신규 분양은 물론이고 기존 주택거래마저 꽁꽁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10월부터 주간 단위로 주요 20개 도시의 주택 거래량이 전주 대비 20~30%씩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주택 가격 급락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경기 악화, 정부 통화긴축 여파로 중소기업 중심지인 저장성 원저우시를 시작으로 중소기업 연쇄 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4조위안의 재정확대책을 썼던 것과 달리 지금은 마음 놓고 돈을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책의 한계를 안고 있다. 물가가 안정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부 목표치(4%)를 훨씬 뛰어넘는 6%대 안팎을 보이고 있고 부동산 잠재 버블이 여전한 상황에서 자칫 섣불리 완화기조로 돌아섰다가는 통화팽창에 따른 더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8년 4조위안의 재정자금을 풀면서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며 V자형 경기 반등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부동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세운 산하 투자회사들의 빚이 2010년 말 현재 10조7,000억위안에 달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이중 최대 9조위안이 부실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시카고 소재 노스웨스턴대학의 빅터 슈 교수는 "중국이 금융부실 위기를 맞았던 1990년대 말 잠재 부실 청소를 단행했던 것과 달리 현재의 정부는 은행 잠재부실을 과소 평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중국 북부 랴오닝성 산하 투자회사들은 지난해 부채의 85%에 대해 이자도 갚지 못하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은행대출이 막히면서 독버섯처럼 번진 지하금융 부실화도 걱정거리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이들 비은행권 대출이 4조위안으로 은행 대출의 8%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소액대출회사 등 지하 금융회사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이를 다시 기업에 대출해주는 기능을 수행했는데 이들 자금의 부실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전체 금융 부실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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