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을 생각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수익성도 향상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2년 상반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는 기업의 성적이 크게 나아졌음을 말해준다. 이 보고서에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 담겨 있다. 매출액 중 수출액이 50% 이상인 수출기업의 경영실적 개선 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기업에게 수출이나 내수는 모두 영업의 한 방편이다. 수출이 중요한가 내수가 중요한가는 무의미한 질문일 수 있다. 매출을 통해 이익을 남길 수만 있다면 내수든 수출이든 관계 없다. 수출시장이 어려우면 내수시장으로 전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서비스 업체들은 내수만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내수와 수출을 균형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보자. 우선 수출시장은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조선ㆍ자동차ㆍ반도체와 같은 대규모 장치산업은 세계시장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애당초 시작할 수도 없는 산업이었다. 세계무역기구(WTO) 통계에 따르면 세계시장규모는 2001년 6조1,550억달러로 우리 내수시장의 약 40배에 달한다. 이 같이 광대한 시장이 있었기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짓고 과감한 투자도 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국민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외화획득을 위해 수출이 필요하다. 원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지난해 원유 도입에만 약 214억달러를 지출했다. 천연가스와 석탄 수입에 각각 40억달러와 25억달러가 들어갔다. 생산에 투입되는 원자재ㆍ첨단기계 등 우리가 반드시 수입해야 할 것도 많다. 나아가 수출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수입 여력도 그만큼 커지게 돼 보다 풍요로운 국민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도 수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국민소득 항등식(Y=C+I+G+X-M)에 비춰 현재의 경제상황을 살펴보자. 2001년 기준으로 국민총생산은 493조원이고, 이중 민간소비 252조원, 투자 123조원, 정부지출 40조원, 수출 247조원, 수입 165조원으로서 민간소비와 수출이 유사한 규모임을 알 수 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각 부분의 성장이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민간소비(C)는 부동산 투기과열이 보이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어 당분간 이에 대한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투자(I)는 건설투자를 제외한 설비투자가 국내외 경제전망이 불투명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정부지출(G)도 그 규모의 제약으로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희망은 대외 부문(X-M)으로 여기서 수출(X)의 역할과 이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수출이 최근 4개월 연속 두자리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완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과 일본의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중국ㆍ타이완에 이어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수출품목도 반도체ㆍ자동차ㆍ휴대폰 등 고부가가치의 하이테크 상품으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ㆍ이라크 전쟁 등 변수는 있지만 올해 수출목표 1,620억달러(7.7% 증가)를 차질 없이 달성하고 무역수지도 110억달러의 흑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98년 390억달러 이후 계속 감소해 지난해 93억달러까지 줄어들었는데 올해에는 증가세로 반전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정착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 경제성장의 주역은 수출이었다. 우리 경제의 성장으로 내수의 규모도 커지고는 있으나 앞으로도 수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오는 11월30일(기념행사는 29일 예정)은 무역의 날이다. 이 날은 64년 11월30일에 수출 1억달러 달성을 기념해 제정된 수출의 날에서 출발한 것으로 정부는 수출증대를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에 기여한 기업과 기업인, 근로자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훈장과 표창장을 드리고 있다. 특히 이번 39회 무역의 날에는 지난해 이후 어려운 수출여건에도 불구하고 좋은 수출실적을 달성한 筠湧?선정돼 그 의미가 더욱 큰 행사가 될 것이다. 수상하실 분들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김재현<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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