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누구와 골프를 치던 그건 사생활이다. 왜 강금원씨와 골프를 치면 안되는지를 말해달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14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부부동반 골프를 친 것이 적절한 처사였냐는 한 의원의 추궁을 받고 한 대답이다.
강 회장은 노 대통령의 오랜 후임자를 자임해온 인물이다. 그는 노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씨가 ㈜장수천에 담보로 제공했던 경기 용인 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19억원을 내주었다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의 전 운전기사인 선봉술씨와 돈 거래한 의혹과 관련, 검찰로부터 소환을 받고 15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왜 강금원씨와 골프를 치면 안되냐”고 되묻는 강 장관을 바라보며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해야할까. 강 장관은 취임이후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검찰 개혁을 위한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그의 팬클럽이 10여개나 생겼을 정도다. 그런 그의 입에서 이 같은 말이 나왔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강 장관이 정말 노 대통령과 강 회장의 골프모임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 것이다. 김기춘 법사위원장은 강 장관의 발언 후 “그렇다면 강 장관은 지인중에 검찰로부터 위법행위에 대해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골프를 치자고 하면 흔쾌히 응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적절치 못하다”고 답했다. 즉 노 대통령과 강 회장의 골프모임이 부적절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사생활`이라는 이유를 들어 대통령을 감싼 것이다.
대통령 일이라면 상식을 무시하고 일단 `문제없다`고 강변하는 강 장관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인다. 혹시 강 장관은 자신이 대통령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 나라의 법질서 확립을 책임지고 있고 특히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강 장관이 중심을 잃어서는 안된다. 법무장관이 대통령의 일과 관련에서는 그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잘했습니다, 잘했고요~”를 연발한다면 분명 문제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잘 타협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이른바 `코드`가 맞는 사람들의 충고는 절실하다.
<임동석기자(정치부) freu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