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재정부 vs 한은 '환율·금리 정책놓고 기싸움'

엎치락 뒤치락 발언에 환율·금리 연일 급등락<br>경제 핵심기관이 혼선 조장…정책 조율 시급



“전쟁이 벌어졌다”. 환율ㆍ금리정책을 놓고 중앙은행과 기획재정부의 치열한 기(氣)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시장 관계자가 내놓은 총평이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환율ㆍ금리 등 주요 정책에 대해 하루가 멀다 하고 공방전을 이어가는 현상황은 이제 단순 ‘설전’(舌戰) 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경제상황을 정반대로 해석하는 경제수장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그 사이에 끼인 시장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고 그 와중에 속으로 멍이 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강 장관과 이 총재의 한마디 한마디가 시장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환율의 경우 하루에 수십원씩 오르내리고 금리도 급등락을 반복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한은의 독립성 문제를 놓고 새 정부 출범 전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표출되기 시작한 한은과 재정부 간 대립은 25~26일 이틀간 최고조에 이르렀다. 포문은 한은 측에서 열었다. 이 총재가 지난 25일 오전 외부강연에서 “최근의 환율급등은 일시적 현상이고 천장이 어디인지 테스트해본 것 같다”며 의도적으로 환율하락 쪽에 무게를 실은 발언을 내놓은 것. 파장은 컸다. 전일 1,000원대가 무너진 외환시장은 중앙은행 총재의 한마디에 쑥대밭이 되며 무려 20원 이상 급락했다. 2월 말부터 강 장관과 최중경 차관의 ‘환 주권론’에 힘입어 1,030원까지 줄기차게 올랐던 환율의 기세가 순식간에 꺾인 것이다. 이 총재는 환율에 대한 소신발언 외에도 “물가가 한은의 금리정책에 가장 중요한 지표”라며 성장 드라이브에 나섰던 재정부의 견해와 배치되는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강 장관의 날카로운 반격이 이어졌다. 강 장관은 저녁 외부강연에서 “IMF 때 한국의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있는데 원화를 절상했었다”며 “지금 우리 경제 역시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환율과 경상수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증대를 통해 경상수지를 개선하려면 환율이 일정 부분 상승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 장관은 또 “한국과 미국의 내외금리차가 2.75%포인트 벌어진 것은 과유불급”이라고 말했다.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어 26일 아침에는 재정부의 2인자인 최 차관이 강 장관을 거들고 나섰다. 최 차관이 “내외금리차는 시장불안 요인”이라며 “환율이 급등하는 것도 바람하지 않지만 급격히 하락하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것. 금리인하와 환율상승을 희망한다는 지원사격인 셈이다. 이에 따라 오전 환율은 상승 반전했지만 상승폭이 성에 차지 않은 듯 7억~8억달러로 추정되는 정부의 ‘매수 실개입’이 더해지며 전날보다 10원50전 오른 986원80전에 마감, 급등세를 나타냈다. 채권시장 또한 중앙은행과 재정부의 엇갈린 시그널로 갈피를 잡지 못하며 갈지자 행보를 보이다가 장 막판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김두현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차장은 “한쪽은 사라고 하고 한쪽을 팔라고 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시장이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양측이 조율해 한목소리를 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경제 핵심기관이 성장이냐 물가냐를 놓고 엇박자를 보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며 “시장안정을 위해서라도 줄다리기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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