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술품 수집이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죠"

금융인에서 국내 최초 와인경매사 된 조정용 아트옥션대표


“미술과 와인 둘 다 예술이죠. 미술이 기원전부터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변했던 것처럼 와인도 인류문명사의 궤적을 따라 오늘에 와 있어요.” 국내 최초의 와인경매사인 아트옥션 조정용(사진ㆍ40) 대표는 미술 마니아다. 첫 직장인 하나은행 근무시절 미술에 ‘필’이 꽂힌 그는 그림공부를 시작했다. 직장인. 그것도 30대 중반에 접어든 남자가 미술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폭탄주로 풀던 평범한 회사원인 그가 술 대신 다른 방법을 찾던 중 로비에 걸린 그림이 그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는 것. 그림 보며 행복해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서점부터 들렀다.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읽은 걸 확인하려고 틈 나는 대로 혼자 화랑에 가서 그림 봤죠. 당시엔 그림 보러 가자면 동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어요.” ‘미술을 제대로 알려면 그림을 사 보라’는 선배 컬렉터들의 권고에 그는 박용인의 유화(4호 크기)를 사다 집에 걸었다. 그림을 사면 분석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마련. 그는 그림의 가치를 따지기 시작했다. 전공인 국제투자와 금융인 경력은 그에게 감상과 투자를 고려하는 안목을 키워줬다. 그는 500만원 미만의 한도를 정하고 최영림의 과슈(불투명수채), 천경자의 사인펜화, 박고석의 수채화 등을 부지런히 사 모으고 또 되팔기도 했다. 조대표는 “처음 구입한다면 유화만 고집할 필요 없어요”라며 “작품을 사 보면 ‘좋은 그림’ 또 ‘돈 되는 그림’이 눈에 들어와요”라며 초보 컬렉터들에게 조언한다. 그림이 좋아진 그는 7년 동안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서울옥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많은 회사원들이 가슴에만 품고 살았던 꿈을 실현하기위해서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이다. 미술품 경매 대신 그에게 떨어진 특명은 ‘경매상품의 다양화’. 와인 이라곤 마주앙 밖에 몰랐던 그가 와인경매사가 된 것도 그때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는 “미술 전공한 동료들에게 밀리지 않았던 건 독학으로 쌓았던 ‘야전지식’ 덕분”이라며 “와인도 책으로 공부하고 출장 다니며 살아있는 지식을 더했죠”라고 말했다. 그는 웰빙 바람을 타고 와인 열풍이 불 것을 감지, 2003년 와인경매회사를 차렸다. 제 2의 인생이 시작됐다. 계절별로 열리는 와인경매엔 회원들이 늘어 지금은 1,000여명에 이른다. “그림과 와인은 공통점이 많아요. 차이가 있다면 와인은 맛을 볼 수 있고, 마시는 동안 서로 친구가 된다는 거죠.” 내친김에 책도 한 권 냈다. 지금까지 그가 몸으로 터득한 와인의 모든 것을 담은 ‘올 댓 와인’(해냄출판 펴냄)이 그것. 조대표는 “자선경매, 투자등급와인의 세계 등 국내엔 생경한 와인의 세계를 소개해 시장을 더 키우는 것이 앞으로 할 일”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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