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노벨상 견줄 '이순신상' 만들자

이충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감사>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과학 코리아’의 위상을 만방에 떨치고 있다. 노벨상에 가장 근접해 있는 한국인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노벨 평화상을 받기까지 우리나라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 것은 아득한 꿈으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세계 해군사에서 '군신' 칭호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온다면 참으로 축하할 일이다. 그 개인의 업적에 대한 평가일 뿐 아니라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는 경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발상을 전환해보자. 우리도 노벨상 못지않은 국제적 상을 만들 수는 없을까. 최근 노르웨이 출신 물리학자이며 사업가인 프레드 카블리라는 사람이 사재 3억달러를 들여 2년마다 천체물리학ㆍ신경과학ㆍ나노공학 등에 100만달러의 상금을 시상하는 상을 만든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기존의 노벨상이 검증된 업적에 대해 보수적으로 시상하는 것에 비해 연구자의 의욕을 좀더 북돋울 수 있는 컨셉트를 적용할 것이라 한다. 우리도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서울평화상이라는 국제상을 만든 바 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된 기억이 있다. 상금도 적었겠지만 정치적 의도가 결국 명분을 살리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필자의 제안은 우리 국민 모두가 너무나 잘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재단과 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1905년 러ㆍ일전쟁에서 러시아의 발틱 함대를 궤멸시킨 일본의 명제독 도고 제독은 자신을 넬슨과 비유해 ‘군신’이라고 칭하는 유럽 전문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폴레옹 함대를 격파한 영국의 넬슨 제독이 위대한 장군이지만 군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 세계 해군사에서 군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는 장군은 조선의 ‘이순신 장군’뿐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순신 장군은 우리 역사상 자기 분야에서 깨어지지 않는 세계 최고수준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룩한 유일한 인물이다. 이순신은 국내보다도 해외, 특히 일본에서 그 위대성을 먼저 인정받았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순신은 단순한 해군 사령관이 아니라 21세기 디지털 리더십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최고의 콘텐츠를 지닌 지도자였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순신이라는 탁월한 콘텐츠를 국내적 자산으로 가둬두지 말고 지구적 자산으로 확장해보자는 아이디어다. 리더십, 공직자상, 창의성, 평화 분야 등 그와 어울리는 분야에 대한 노벨상급의 상을 만든다면 코리아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소재가 없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이런 작업을 국가 예산으로 하는 것은 모양도 좋지 않고 오해의 소지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금모으기운동처럼 국민 캠페인으로 하는 것도 실효성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결국 노벨이나 프레드 카블리 같은 높은 안목과 가치관을 지닌 기업가가 나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국가보다 기업가 참여 바람직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훌륭한 기업가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자신의 재산을 후손에게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해 공익에 쓰도록 하는 기업인이 나오고 있다. 이왕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라면 국내적 스케일이 아니라 세계 무대에 통하는 스케일의 상상력을 구사해보자. 노벨상 자체의 의미도 크지만 그 국제정치적 영향력과 효과가 어떠한지는 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노벨상은 총자산 4억5,000만달러에 6개 분야 140만달러(2004년 경우)의 상금을 시상한다. 3억달러에서 5억달러 정도의 재원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글로벌 경쟁의 시대에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해방 60주년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호국충절을 기리며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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