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4부. 국민과 호흡하는 신뢰정치 시대로 <5> 부정부패 척결이 경쟁력 높인다

부패만 줄여도 성장 0.65%P↑… 김영란法 등 근절책 서둘러야<br>부패지수 176개국중 45위… 신고건수도 작년 2배 껑충<br>공직비리→정책결정 왜곡… 결국 국가경쟁력 갉아먹어<br>강력한 처벌·인식전환 시급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2012년 7월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대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측근과 친인척의 비리로 수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서울경제DB


지난 3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 마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건설업체 사장인 윤모씨가 사회지도층을 상대로 '성접대'를 벌였다는 것이다. 법무부와 감사원, 경찰, 국가정보원 등 내놓으라는 사정기관들의 고위관료들이 다수 연루됐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비롯해 모 대기업 회장의 성접대 동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수사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청와대로서는 정권 출범 초부터 고위 공직자들이 다수 연루된 부정부패 사건이 터지면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에는 '대통령이 입'이라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전대미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일으켰으며 급기야 박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임인 이명박 대통령 역시 재임기간 중 측근들의 부정부패로 수 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청렴하고 투명한 공직사회는 국가의 근간이다. 국가의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공직사회가 흔들리며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져 결국 공정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물론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이 임기마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질타하고 척결을 다짐했지만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개선되는 조짐이 거의 없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 각국의 부패인식지수(CPI, 10점 만점)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처음으로 5점대에 진입한 후 몇 년간 상승하면서 2008년에는 5.6점까지 올랐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2년 연속 하락했다.

176개국 중 45위(2011년 183개국 중 43위)로 전년보다 2계단 떨어졌다. 부패신고 건수도 2008년 1,521건에서 지난해 3,066건으로 두 배로 껑충 뛰었고 부정에 연루돼 적발된 공무원은 해마다 늘어 2008년 764명, 2009년 1,089명, 2010년 1,436명, 2011년 1,900여명에 달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면 국가청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30위권 안에는 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정책결정 왜곡으로 이어지며 민간의 공정경쟁을 방해하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투명한 공직사회의 만들기 위한 제도적 장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정부패는 국가경쟁력 좀먹는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5~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대한 부패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 관계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부정부패만 줄여도 성장률이 연평균 0.65%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부패가 주요 정책과정을 왜곡해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결국 치열한 로비로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인 공정경쟁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시장기능이 마비되고 경제활력이 떨어져 국가경쟁력까지 떨어뜨리는 주범이 셈이다. 반대로 공직사회 부정부패가 척결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든다면 우리사회에는 공정경쟁 풍토가 조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활력(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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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부정부패가 만연하면 주요 정책결정에 신뢰성이 저하되고 경제성장 능력은 약화돼 경제적ㆍ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처벌ㆍ국민인식 전환으로 투명사회 만든다=세계적으로 스위스와 오스트레일리아 다음으로 공직사회가 깨끗하다고 인정받는 아시아 국가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원래 영국 지배 하에 있을 때는 뇌물수수가 만연한 부패국가였다. 그러나 지난 1959년 집권한 국민행동당(PAP)이 사회곳곳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한 강력한 개혁정책을 추진하면서 부정부패의 천국이던 싱가포르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왔다.

국민행동당이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가정 먼저 추진한 과제는 뇌물에 대한 인식을 `적은 위험을 감수하면 많은 득을 볼 수 있는 행위'에서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적은 득을 보는 행위'로 바꾸는 국민들의 인식전환이다.

다음으로 부정부패를 국가를 좀먹는 '암'으로 규정하고 부패방지법을 제정하는 동시에 부패사범만을 색출, 처벌하기 위한 별도의 준사법기관으로 부패조사국(CPIB)을 발족시켰다. CPIB는 부정하게 얻은 것으로 드러난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모두 국고로 환수조치하고 부패사범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반 범죄자들보다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했다.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인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똑같이 부정부패를 저질렀는데도 큰 물고기(거물)는 처벌을 피하고 작은 물고기(보통사람)만 처발 받는다면 반부패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면서 "각국의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부패를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패고리 끊는 제도 정착이 공정사회 조성한다= 부패고리를 끊는 제도 정착이 공정사회를 조성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선진국을 통해 증명된다. 따라서 새 정부가 꿈꾸는 청렴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윌리엄 글래드스턴은 '(공직사회)부정부패는 국가를 몰락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부정부패가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근원으로 부정부패의 소지를 차단하는 각종 제도 개선과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등을 통해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추진하고 있다. 공직자가 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하는 게 핵심이다. 권익위 한 관계자는 "공직사회가 부패행위와 온정주의ㆍ봐주기ㆍ직권남용 등의 늪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김영란법 같은 근절 대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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