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슈 in 마켓] 크게 부각되는 환율 변수

QE축소 연기로 외국인 매도 전환 없을 듯<br>수출 호조 등 펀더멘털 양호 1,000원 이하로 안떨어지면 당분간 원화강세 영향 제한적<br>주도주는 내수로 이동 가능성


최근 상승세를 탄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환율이 큰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외국인들은 원화 강세 국면에서 환율이 임계치에 도달하면 매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원 내린 1,060.8원에 거래를 마쳐 하루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올 6월 말 1,161원에 비해 100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달러당 1,050원 선을 임계점으로 보고 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연기와 한국의 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때 원ㆍ달러 환율이 더 강세로 가더라도 주식시장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환율이 현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고점을 찍고 약세로 바뀌면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환율 쪽에서 먹을 게 없다는 거니까 지금 당장은 환율이 증시에서 제일 중요한 변수"라고 진단했다. 신한금융투자도 22일 분석 보고서에서 "2011년 3ㆍ4분기와 올해 1ㆍ4분기 모두 환율 1,050원대 전후에서 지수가 단기 고점을 형성했기 때문에 현 수준의 환율대는 시장의 고민이 발생하는 구간"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연기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원화 강세가 이어지더라도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는 달러당 1,050~1,060원을 임계치로 보지만 이달 들어 수출이 잘되고 있기 때문에 임계치가 낮아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외국인들의 경우 1,050포인트 선에서 매수를 안 하고 차익 실현을 했다"면서도 "그 시기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비교하면 당시는 원화가 고평가 국면이었던 반면 지금은 저평가 국면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바로 차익 실현을 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또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미 출구전략 리스크에 대처할 여력이 큰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환율 리스크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 이하로만 내려가지 않는다면 외국인들이 급격하게 매도세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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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증권사의 한 연구원도 "개인적인 견해지만 미국 예산안과 부채한도 협상이 임시로 처리됐고 차기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부의장이 벤 버냉키 의장에 비해 양적완화를 길게 가져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양적완화 단행 시기가 상당 기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원ㆍ달러 환율은 1,000원대 초반까지는 원화 강세가 증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원화 강세에 따라 개별 종목이 영향을 받은 경우는 있지만 지수 자체가 빠진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환율 변동에 따라 수혜를 받는 종목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원화 강세 자체가 한국 증시 자체의 매력을 떨어뜨릴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거시경제 담당 연구원은 "최근 환율은 주식시장이 좋아서 떨어지는 측면이 크게 때문에 환율이 계속 떨어지더라도 장이 나빠지기보다는 장을 주도하는 무게 중심이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도 "환율이 임계치에 도달하면 경제 펀더멘털 때문이 아니라 외국인들의 매도로 조정이 발생할 것"이라며 "올 8월 이후 주식시장의 강세가 진행됐는데 그동안 많이 올랐던 종목이나 경기 민감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위창 현대증권 시장분석팀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 1,060원대에서는 외국인들이 매수세를 유지하기에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고 그동안 경기 대표 업종이 과대 상승한 측면도 있다"며 "기간 조정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8~9월에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종목 대신 그동안 거의 안 산 내수주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이번주 들어서 자동차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선호는 유지되고 있지만 정보기술(IT)ㆍ조선 업종에서 매수세가 소폭 둔화되는 대신 내수주와 경기방어주에 대한 투자가 확산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내수주들의 실적 부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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