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현이 70으로 물러서는 것을 보고 검토실의 서봉수9단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말했다. “공연한 후퇴, 문제 있다. 이겼다고 과신한 수야. 박영훈이한테 ‘네가 져 있어’ 하고 약을 올리는 의미가 있는데 불필요한 일이야. 애들은 무심해서 약을 올려도 전혀 소용이 없거든. 불길한 예감이 드는걸.” 잠시 후 윤성현이 84로 패를 해결해 버리자 또 뇌까리는 서봉수. “역시 애가 이기는군. 그냥 물러섰으면 윤성현이 이기는 바둑이었는데. 쯧쯧쯧.” 흑83에 백은 곱게 하변을 받아주고 참고도의 흑1에는 백2 이하 6으로 평범하게 두어서 백승이었다는 주장이었고 나중에 대국자 두 사람도 이것에 찬동했다. 실전보 흑85로 하변이 뚫려서는 백의 연전패였다. 그 이후의 끝내기 수순은 생략한다. 박영훈은 2단의 몸으로, 입단한 지 꼭 2년만에 타이틀홀더의 반열에 뛰어올랐다. 이제 그는 각종 세계대회에 자동으로 출전하게 되었다. 화려한 각광 속으로 들어선 것이다. 10년 연상의 미남총각 윤성현은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고…. (79…76의 아래. 82…76) 185수 이하줄임 흑4집반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