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검찰의 공명심

최근 검찰은 오래간만에 한건을 터뜨렸다. 세종증권 김형진회장구속이다. IMF이후 회사채 1조7,000억원을 불법거래해 53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의 약점을 교묘히 악용해 무려 35%나 되는 고금리로 회사채를 인수한 뒤 이를 되팔아 폭리를 취했다는 게 검찰측의 설명이다.과연 『유태인 샤일록의 수법』이라는 검찰의 부연설명대로 金회장의 행위가 지극히 반사회적인 범죄일까. 우선 IMF직후의 상황을 한번 되돌이켜 보자. IMF직후의 자금시장 상황은 금리·기간·금액을 따지지 않는 이른바 「3불문」의 시대였다. 극소수의 초우량기업을 제외하곤 대다수의 기업들이 아무리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회사채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거의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金회장의 투자는 기업의 약점을 악용한 샤일록의 수법이 아니라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투자의 전형이었던 셈이다. 어찌보면 기업들이 IMF직후의 위기를 넘기는 데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리」는 결과론적인 얘기에 불과하다. 제도권내의 증권사나 종금사가 회사채를 제대로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당시 金회장이 경영하던 부티크인 홍승캐피털에다 회사채를 내다파는 기업이 있었을까. 물론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가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채권시장에서의 하나의 관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검찰이 나서야 할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결국 金회장의 죄는 증권업을 시작하기전에 사채업을 했었다는 원죄로 귀착된다. 이른바 증권거래법위반. 그러나 증권업허가가 없는 상태에서 회사채매매를 한 행위를 처벌하려면 「캐피털」이나 「파이낸스」라는 간판을 단 사채업자들도 예외없이 처벌대상이 돼야 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만약에 어느 증권사가 金회장과 똑같은 수법으로 회사채를 저가에 인수에 고가에 팔아넘겼다면 훌륭한 투자일까 아니면 사회적 범죄일까. 물론 金회장이 법을 어기기는 했다. 관행수준을 넘는 리베이트를 제공했고, 증권업허가도 없이 채권을 매매했다. 그러나 金회장의 행위는 사회적인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제도권 금융시장의 약점을 보완해 회사채를 인수함으러써 기업들의 자금난 해소에 일조를 했을 뿐이다. 「큰 건수」의 대상이 될 정도로 커졌기 때문에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 게 아닐까. 이점에서 검찰은 별 무리없이 돌아가던 시장에 너무 용감(?)하게 끼어들어 시중금리만 인상시키는 부작용을 자초한 셈이다.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를 잡아넣는다고 최근 실추된 검찰의 권위가 회복될 수 있을까. 崔性範정경부차장SB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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