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교육기관의 국내 유치에 직접 나서기로 함에 따라 9월 개교가 무산된 송도국제학교 등 외국교육기관의 설립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우수한 외국교육기관의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유치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외국교육기관 유치기획단’을 구성, 유치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유치기획단은 기존 유치지원단(가칭)을 확대 개편한 것으로, 교과부ㆍ기획재정부ㆍ지식경제부ㆍ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ㆍ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국장급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단장은 교과부 인재정책실장이 맡았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유치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지원하면 보다 원활하게 협상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전심사 방식을 도입해 유치 단계부터 예비 검토를 함으로서 설립 심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치기획단은 지난 7월 설립 신청서가 반려된 송도국제학교 유치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유치기획단 구성으로 관계부처 협의 창구가 단일화되고, 상시 협의 채널을 유지할 수 있어 외국교육기관을 유치하려는 경제자유구역청 등 기관이 보다 안정된 여건에서 유치 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범정부 차원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외국교육기관의 국내 유치 작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교육기관을 유치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잉여금을 해외에 송금(과실송금)하는 문제다. 학교 운영으로 이익이 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설령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본국에 송금할 수 없어 외국교육기관들이 한국에 투자할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한 관계자는 “설립 초기 학생 수가 적어 적자가 나더라도 법인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고, 이익이 나더라도 본국으로 송금도 못하고 반드시 재투자해야 한다면 어떤 외국학교법인이 투자하려고 하겠느냐”면서 “운영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이나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적게 안을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유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위해 외국교육기관의 과실송금을 허용하는 방안도 다시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학사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외국교육기관이 잉여금을 송금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원유철 한나라당 의원 대표발의)이 지난해 6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한편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들어설 예정인 송도국제학교는 지난 6월 초 설립승인 신청서를 교과부에 제출했다가 준비부족 등의 이유로 지난달 29일 반려됐다. 학교측은 지난 13일 당초 유치원부터 초ㆍ중ㆍ고교 과정까지 개설하기로 한 계획을 바꿔 유치원과 초등학교 5학년 과정까지만 운영하겠다는 내용으로 다시 신청했지만 이 역시 반려됐다.
이에 따라 송도국제학교 운영을 맡기로 했던 캐나다 밴쿠버 국제학교재단은 학교 설립을 포기한 상태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다른 외국 학교법인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로선 내년 3월 개교도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