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 관리는 새 정부 재정운용의 주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300조원(추정치)으로 급증한 나라 빚을 현 수준으로 관리, 안정적 재정운용을 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고 인수위는 한발 더 나아가 새 정부 임기 내에 국가 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수준 이하로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라 빚 관리를 전담하는 가칭 국가채무관리본부 신설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가부채의 적정 규모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GDP 대비 부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보다 낮아 안정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한편에는 지난 2002년 말 127조원에서 지난해 말 300조원으로 가파르게 급증한 속도를 고려해볼 때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우선 GDP 대비 지표상으로 보면 2006년 말 기준 우리 부채 수준은 33.4%다. 미국(61.5%), 일본(179.3%), OECD 평균(77.1%) 보다 낮다. 하지만 부채 증가 속도는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 가파른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서 현 한국의 부채는 과연 적정 수준일까. 재정 전문가들에 따르면 어느 정도의 국가 채무가 적정 수준인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 경제가 떠안아야 될 지출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제는 앞으로도 산더미 같은 짐을 더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에 따라 농어민ㆍ중소기업 등 피해 계층에 대한 지원에 적잖은 재원이 소요된다.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진행되는 저출산ㆍ고령화는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예산의 가파른 증가를 예고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공무원연금ㆍ군인연금 등 공적연금 재정적자도 나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민간 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이 외에도 통일비용 적립이라는 변수도 있다”며 “대운하 등 민자유치로 진행하는 초대형 국책사업도 결국 세금으로 이뤄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정식 국가부채는 아니지만 사실상 정부의 보증 책임 의무가 있는 공기업 부채도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부채 규모의 적정선을 따지기보다 앞으로 늘게 될 지출을 살펴봐야 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 경제는 흑자 재정을 장기간 유지해야 될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한편에서는 감세 키워드를, 다른 한편에서는 채무관리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채무 관리 일환으로 세출 구조조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세수 결손 초래 가능성이 큰 감세를 추진하면서 나라 빚을 안정적으로 관리ㆍ유지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놓은 ‘2008년도 예산한 국가채무관리 계획 분석 보고서’에서 나라 부채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한국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