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부동산업자 김모(44)씨는 수도권에서 자신이 시행ㆍ개발한 상가를 이중 분양해 3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풀려났다. 혐의는 인정되지만 조사가 충분히 됐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사기당한 피해자들은 분양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현재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강남 60평형대 아파트에 살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지만 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 사례 2. 모 자동차 정비업체 대표 남모(54)씨는 자신의 상사인 자동차판매 대표이사 김모씨를 무고한 혐의로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이 또한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풀려났다. 혐의는 있지만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검찰 수사 결과 남씨는 자신의 인사에 불만을 품고 김씨가 자신의 인감도장을 도용해 1억2,000만원의 주식 배당금을 가로챘다며 허위 고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 인권 강화를 명분으로 불구속 재판이 확대되면서 수억원대의 사기ㆍ횡령 등 지능 재산 범죄, 무고 등 악질 피의자들을 사실상 처벌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재산범죄는 수십억원의 재산을 빼돌린 부동산업자 등이 불특정 일반 서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경우가 적지않은데 이들이 구속을 면할 경우 제2, 제3의 추가 피해자가 생겨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지능 사기범은 대부분 친인척 명의로 본인 부동산을 빼돌리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은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실질적 구제가 힘든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나마 그동안 형사구속을 통해 이들 지능범을 압박, 손해배상에 응하게 함으로써 피해자들을 구제해왔는데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 돼버렸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불구속 재판을 강조하기 전만 해도 수천만원의 사기ㆍ횡령범은 구속됐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2억~3억원 정도의 사기범도 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도ㆍ절도ㆍ폭력 사건을 저지르는 사회 하층의 피의자들은 피해액이 2,000만원만 돼도 도주의 우려 등의 이유로 구속되고 있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도 너무 자의적이고 광범위하다는 비판이다.
법조 관계자는 “영장기각 이유가 ‘조사가 충분히 돼서’ ‘방어권 보장을 위해’ ‘주거가 일정해’ ‘도주의 우려가 없어서’ 등으로 갖다가 붙이면 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횡령ㆍ배임 등 화이트칼라 범죄는 영장 단계에서도 구속을 면하고 정식 재판에서도 벌금, 기껏해야 집행유예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사법부의 형벌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재산범죄 피고인에 대한 친인척 명의 부동산 추적ㆍ몰수 등을 통해 피해자의 금전 피해를 회복하는 민사제도도 불비해 재산범죄 피해자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