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폭스바겐 사태와 오락가락 환경부





186명의 감염자를 낳아 우리나라에 2위 발병국이라는 오명을 씌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던 것은 보건당국의 잇따른 오판과 '말 바꾸기'였다. 발병 초기 "메르스는 전염력이 약하다. 환자와 2m 이내 공간에 한 시간 이상 함께 머물렀을 때 감염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던 정부는 이를 반증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말을 바꿨다. 보건당국이 국민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면서 결국 정부는 신뢰를 잃었고 국민들의 불안은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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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숙한 정부의 초기대응은 보건이 아닌 환경 분야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 미국에서 촉발된 폭스바겐 디젤차 저감장치 조작사건이다. 이 문제가 국내에서도 불거지기 시작할 무렵 환경부는 시정조치(리콜) 등의 근거가 되는 대기환경보전법에 인증검사 이후의 소프트웨어 조작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기준이 없다며 국내에서는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리콜보다 높은 수위의 처분인 판매중지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고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최근에는 환경부가 폭스바겐을 처벌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았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바로 폭스바겐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항으로까지 등장했다.

정부가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일부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폭스바겐 '제타'를 타고 있는 한 소비자는 "애초 정부가 차량에 문제가 있어도 리콜조차 쉽지 않은 것처럼 얘기해 혼란스러웠다"며 "이를 해명하기는 했지만 국내에 들어온 차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명 날 경우 미국처럼 리콜조치나 배상이 제대로 이뤄질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런 불신이 커지면서 1일 시작될 정부의 조사도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왜 문제가 된 차량과 동일한 엔진을 탑재한 차량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고 배출가스 저감장치 구조가 같은 차로만 한정해 조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메르스 사태 때처럼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확한 판단과 대처, 그리고 투명한 정보 공개뿐이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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