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완전히 사는 게 싫어서

제4보(51~76)


53으로 젖힌 것은 구리 특유의 도발이다. 하기야 프로라면 이 수로 58의 자리에 그냥 뻗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천야오예는 54로 온건한 행마를 했는데…. 검토실에 있던 루이 9단이 쯧쯧 혀를 찼다. “천야오예가 아직은 패기부족이에요.” 사이버오로 해설을 맡은 옥득진 3단도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옥득진은 1982년생. 권갑용 도장 출신. 작년에 왕위전 도전자로 각광을 받았던 그 사람. 백54로는 무조건 참고도1의 백1에 끊었어야 했다. 흑은 대마의 사활이 급하므로 2로 자체 보강을 하는 정도인데 그때 3으로 뻗어둔다. 흑4의 재차 보강도 필수인데 그때 백5로 시원하게 뛰면 중원 천지가 백의 독무대였을 것이다. 백56도 완착에 가까웠다. 마땅히 참고도2의 백1로 뻗어 흑2로 살 때 3으로 달릴 자리였다. 천야오예가 왜 이런 쉬운 행마를 찾아내지 못했던 것일까. 옥득진의 해설을 들어 본다. “아마 우상귀 방면의 흑대마가 완전히 살아버리는 것을 꺼렸던 것 같아요. 때를 기다렸다가 옴쭉달싹 못하게 덮칠 예정이었을 거예요.” 드디어 백76으로 덮쳤다. 이 수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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