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형질전환 기술 새 지평/건국대 정길생·이훈택 교수팀 세계 최초 개발/기존보다 성공율 대폭 향상 비용1,000배 절감기존 방법보다 수백배 이상 효율적으로 형질전환 동물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이에 따라 모유를 생산하는 젖소나 성장이 빠른 돼지 등 인간에게 유용한 형질전환 동물을 개발하는 데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건국대 정길생·이훈택 교수팀(축산학과)은 30일 리포좀(세포안에 있는 둥근 지방성분)을 이용해 돼지의 정자에 외래 유전자를 삽입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은 그동안 학계에서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제시됐으나 실험에 성공하기는 정·이 교수팀이 세계 처음이다. 정·이 교수팀의 논문은 최근 「분자번식발생학지」라는 학술지에 실려 학계의 검증을 받고 있다.
정·이 교수팀은 실험에 사용된 돼지 정자의 15∼25%가 외래 유전자를 갖게 하여 이 정자를 난자와 결합시켜 수정란을 만들었으며, 같은 방법으로 형질전환된 쥐를 만드는데도 성공했다.
이교수는 특히 『성공률이 0.1%에 그치는 기존 방법에 비해 이 방법은 성공율이 수백배 이상 높을 뿐 아니라 비용도 1천분의 1 수준』이라며 『형질전환 동물 개발의 연구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방법은 리포좀에 외래 유전자를 넣어 고환 속에 들어있는 미성숙 단계의 정자에 삽입시키는 것이다. 외래 유전자를 담고 있는 정자가 자연교배나 인공수정으로 보통 난자와 결합하면 형질전환 동물이 태어난다.
정·이교수팀은 이번에 만들어진 돼지 정자를 이용해 곧 인공수정 실험에 들어가 빠르면 내년초에 형질전환된 돼지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이교수는 『이 기술에 관한 특허를 미국 등 선진국에 국제 출원했다』며 『형질전환된 정자의 정액을 냉동시켜 수출하거나 모유를 생산하는 젖소 등 새로운 형질전환 동물을 더 빠른 시간에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수정란에 미세조작이나 바이러스로 외래 유전자를 삽입시켜 형질전환 동물을 만들었는데, 미세조작은 성공률(0.1%)이 낮고, 바이러스를 이용하면 가축이 새로운 병에 걸리거나 면역체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우려됐다.
형질전환 동물은 생명공학을 이용해 새로운 유전자를 세포 안에 삽입시켜 새로운 기능을 갖거나 원래 만들지 못하던 물질을 생산하는 동물을 말한다.<김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