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 리더십 부재로 해결책 제시못해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치면서 경제불안이 고조되고 있으나 산적한 경제현안을 처리하는 데 경제팀이 리더십과 팀워크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감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 이기호(李起浩) 경제수석, 이용근(李容根) 금융감독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현 경제팀은 국내외에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제2의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도 불구하고 공적자금 조성과 2차 금융·기업 구조조정, 대우 워크아웃 등 당면현안에 대해 적극적이고 분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공적자금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향후 공적자금 투입의 적정성과 성과에 대한 책임론을 의식한 듯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책임감을 갖고 문제를 풀겠다는 소신과 실천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공적자금 추가소요분이 30조원이고 이중 올해해 투입되는 액수는 20조원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이 정도로 금융기관의 건전성, 시장신뢰가 회복되면서 금융불안이 해소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좌승희(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정부가 당초 64조원만 쓰기로 했던 공적자금을 90조원이나 썼지만 금융기관들의 부실은 여전하다』면서 『앞으로 30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한다지만 이것으로 부실이 깨끗이 정리되고 시장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최공필(崔公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는 말 그대로 정확한 손실분담 원칙에 근거한 시장 중심의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 경제팀이 이러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 』이라고 말했다. 崔위원은 『현 경제팀은 현재 시장으로부터 신뢰도 테스트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춘욱(洪椿旭) 굿모닝증권 수석연구원은 『현 경제팀에 대한 시장신뢰가 크게 추락했다』면서 그 이유는 『투신대책의 실기, 애매한 금융개혁 프로그램, 향후 경제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확실한 방향성 제시 부재 등』이라고 말했다.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정부와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리더십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정부는 취임한 지 4개월밖에 안된 이종남(李鍾南) 한국투신 사장을 퇴진시키면서 정부 스스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계자는 『李사장의 퇴진은 투신개혁을 위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추진한 것』이라면서 『금융당국 역시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투신정책 최고책임자가 현 경제팀에 포진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정부나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추궁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 현 경제팀이 이러한 책임론에 빠져 당면한 경제현안이나 2차 구조조정의 추진력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팀의 책임의식과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당면한 경제현안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진단과 방향성 제시도 부족한 상황이다.
외신들은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2차위기 도래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무디스는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부실하고 금융 구조조정도 알고 보면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정한영(鄭漢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경제팀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있다』며 『확실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금융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서 일방적인 저금리 기조에서 탈피, 긴축정책으로 선회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현 경제팀의 저금리·저물가에 기초한 성장우선정책을 비판했다.
경제팀 내부의 부조화도 눈에 띈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과 이기호 수석은 공적자금 조성문제 등 각종 경제현안에서 차이를 노출시켰다. 특히 재경부 인사문제에 대한 이 수석의 언급으로 감정적인 마찰마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일고 있다.
左한경연 원장은 『현 경제팀이 너무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고 본다』면서 『실적배당 투자자들은 실적에 따라 이익과 손실을 보고 부실 금융기관은 문을 닫는 등 경제원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달(沈相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리더십의 문제이지만 경제팀 개개인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대통령을 제외하고 정책조정이나 정책추진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 명확한 주체가 없는 현 내각 시스템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입력시간 2000/05/18 17:53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