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서울 자전거전용도로 문제점과 대안

사고 위험 곳곳 노출… "보행자·자전거 중심 교통문화 필요"<br>차로에 설치 교통체증 초래<br>자전거-자동차 사고 건수도 최근 2년새 두배 가량 늘어<br>장기적 승용차 수요 억제하고 근거리 이용 환경 만들어야

서울 영등포구청 사거리에서 당산역 사이에 나 있는 자전거 도로. 100여 미터에 불과한 이 도로는 양 방향으로 뚝 끊긴 채 연장되어 있지 않다. 사진은 당산역에서 영등포구청 사거리 방향으로 본 모습. /박서강기자



자전거 전용도로에 자전거가 없다. 서울시는 여가와 레저 수단에 머물고 있던 자전거를 출퇴근이 가능한 생활교통수단으로 바꾸기 위해 지난 2008년 자전거이용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한 이후 자전거전용도로 확충에 힘써왔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도로는 여전히 위험하고 매연으로 인해 오히려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상생활 속에 자전거 이용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는 제도 정비와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고위험' 안고 달리는 도심자전거도로= 서울시가 지난해까지 구축한 자전거전용도로는 212.02km. 2009년과 2010년 두 해에만 무려 102km를 설치했다. 이 기간에 투입된 예산만 해도 총 500억 원이 넘는다. 지난 2008년 자전거이용활성화 종합계획과 이듬해 발표된 도심순환자전거도로 조성 방안에 따라 시내의 자전거전용도로는 대부분 기존 차로의 폭을 줄여 만드는 '다이어트도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자전거도로의 95%는 도심지의 보도 위에 설치된 '보행자겸용도로'인데,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민의 자전거 이용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진 국가의 대부분 도시들 대부분이 차량보다는 보행자나 자전거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고유가 시대에 승용차 이용 억제로 서울의 대기질 개선하고 교통난과 주차문제도 해소하는 1석 3조의 효과도 기대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가뜩이나 좁은 차로를 줄여서 교통체증만 더해졌고 실제 자전거전용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설치 두 달 만에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민원 제기로 전용도로를 철거한 강남구 잠원동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전거전용도로가 차로 쪽에 내려 와 있어서 이용하기 무섭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서울시가 도심에 자전거도로를 중점적으로 설치한 2008년과 2009년에 자전거 관련 사고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전거와 자동차(차대차) 간 사고가 크게 늘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집계한 서울시 25개 자치구 자전거도로 안전사고 현황자료를 보면 2007년 사고발생 건수는 1,874건에서 2009년 3,068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도 25명에서 45명으로 늘었다. 이는 자전거 사고 중 사망비율이 매우 높은 차대차 사고 발생건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차대차 사고 발생건수는 2007년 1,758건에서 2008년 2,487건, 2009년 2,822건으로 증가 추세다. 시의회 정희석 의원(민주당)은 "운행 특성이 상이한 자전거 도로를 안전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반 차로 상에 설치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이는 자전거도로 설치 전에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문제가 현실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 통계는 일반 차로에서 발생한 사고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도심 자전거도로 확충과 자전거 사고의 급증을 단순히 연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자전거전용도로 정책 근거리 생활타운으로 바뀐다= 최근 몇 년 새 도심에 자전거전용도로를 많이 설치했지만 교통 혼잡과 안전사고 등의 문제가 계속 끊이지 않자 서울시는 최근 자전거 관련 정책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가는데 있어 자전거 이용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기본 방침은 변화가 없지만 시민생활의 불편이 있는 부분을 적극 반영해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전거 길에 대한 비판이 많다. 방향은 맞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의견이 많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에 예정됐던 설치 물량을 많이 줄이겠다"며 정책 수정 뜻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자전거와 자전거시설의 이용패턴과 이용수요, 그리고 불편사항 들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수렴하는 과정 중에 있다"면서 "신규로 중·장거리 전용 도로를 설치하는 대신 가까운 거리에서 자전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서울시가 당초 자전거를 출퇴근이 가능한 교통수단으로 만들려던 계획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행자ㆍ자전거 중심 교통문화로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자전거 정책과 관련해 서울시가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리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자동차 중심의 교통 문화도 보행자나 자전거 중심으로 개선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외국 사례를 보면 자전거 전용도로는 최소 10년이 지나야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면서 "단기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 편의에 맞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초라 할 수 있는 자전거 이용인구에 대한 명확한 통계자료조차 없다"면서 "이 부분부터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신해 시정개발연구원 박사는 "자전거만 떼어서 정책을 만드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승용차 수요를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가운데 가까운 생활 권역 중심으로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자전거타기운동연합 서울본부장은 "자전거도로를 많이 만든다고 해서 자전거 이용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차량 중심의 교통문화 개선과 함께 일반 시민들이 자전거 타기에 대한 안전하고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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