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실크로드, 한반도 거쳐 阿까지 이어져"

■ 문명담론과 문명교류 (정수일 지음, 살림 펴냄)


최근 세계 역사학계는 동양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동양으로부터 도자기 제지 나침판 등을 받아들여 문명을 발전시킨 낙후된 서양의 모습을 거듭 확인한다. 또한 200년 전만 해도 동서양 어느 쪽이 일방적으로 한쪽을 압도한 것이 아니라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문명을 발전시켜왔다는 것을 '발견'해 내고 있다.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이 최근 펴낸 이 책은 이런 학계의 흐름을 반영한 저서다. 지은이는 21세기 지구가 세계화를 통해 경제적 교류가 활성화되는 만큼 문명의 교류도 무한히 확산하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문명 간의 교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20세기부터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의 갈등을 '문명의 충돌'로 제시한 새뮤얼 헌팅턴의 시각을 비판하며 인류가 공생공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명담론으로 '문명교류'를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고대 '로마의 호수'에서 시작해 '이슬람의 호수'를 거쳐 '유럽의 바다', '터키의 바다'에 이어 오늘날 '유럽-이슬람의 바다'로 불리는 지중해를 통해 동서양 문명의 교류사를 짚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명 충돌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슬람이 실은 충돌이 아닌 상생의 문명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또한 유럽과 아시아 간의 교역로와 비단길로 알려진 실크로드가 한반도와 일본을 거쳐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전 지구적 개념이었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한국의 직지심경과 독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 발명 사이에 존재하는 200년 시차를 남쪽과 북쪽 양 갈래로 뻗은 '활자의 길'을 통해 새롭게 설명한 점도 인상적이다. 최근 7년간 국내외 학술대회나 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을 읽기 쉽게 수록했다.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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