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가짜 예산으로 표심 사기


한 전직 국회의원 A씨의 얘기다. 그는 의원일적 지금의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에 해당하는 건설교통위원장이었다. 소관기관인 건설교통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는 뜻이다. 그의 지역 구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어지는 전철을 놓기를 바라왔다. 그는 사업을 추진했고 국가는 예산을 들일만한 값어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준인 1.0에 한참 못 미치는 0.3에 불과했다. 세금을 들여도 효과가 매우 낮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합법적으로 예산을 따기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차기 국회의원 총선을 눈앞에 둔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위원장 자리를 최대한 활용하고 같은 당의 예산결산특위 간사 의원에게 부탁해 예산안에 전체 사업비 5,000억원 중 10억원을 집어넣었다. 다음 선거에 나선 그는 전철 건설 예산을 따냈다고 강조했지만 공교롭게도 낙선했다. 그가 따낸 예산은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집행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 지역 주민들은 예산을 따냈다던 전철사업이 삽 한 번 뜨는 것을 보지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낙선한 의원 대신 당선한 B의원은 임기 내내 지역 주민들의 쓴 소리를 들었다. 전직 A의원이 "전철사업 예산을 다 만들어놨는데 의원이 바뀌어 집행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억지로 예산을 집어넣어 봐야 정부가 법에 따라 집행하지 않는다. 나는 실천 가능한 예산을 찾겠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지역 주민들은 현직인 B의원보다 전직인 A의원 말을 믿고 싶어했다. 이번 주부터 국회는 다시 선거의 해인 오는 2012년 예산안을 심의 중이다. 벌써부터 많은 의원들이 공약에 넣기 위해 수천억씩 하는 토목사업 중 10억원, 20억원씩을 예산안에 끼워 넣는다. 하지만 이들은 이 예산이 통과된들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오직 유권자만 모르는 국회의원의 눈속임이다. 유권자가 부추기는 눈속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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