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23일] 월가 투자은행 몰락이 주는 교훈

지난 1930년 대공황의 먹구름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덮쳤다. 주식시장은 패닉상태에 빠졌고 부동산 가격은 속절없이 떨어졌다. 미국 의회는 공룡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상품거래가 대공황의 불씨를 지폈다고 보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를 강제하는 ‘글래스-스티걸법’을 제정했다. 상업은행이 증권업종에 진출해 신용거래를 확대재생산하고 버블을 키웠다고 판단한 것이다. JP모건을 포함한 월가의 큰손들은 증권 자회사나 증권부서를 투자은행으로 독립시켜나갔다. 월가의 큰손들은 정부 정책에 표면적으로는 수긍하면서도 몸집 불리기에 족쇄를 채운 ‘글래스-스티걸법’의 폐기를 위해 기회만 호시탐탐 엿보았다. 1999년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정보통신ㆍ기술주 붐을 타고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월가 큰손들의 영향력과 입김은 바로 의회에 대한 로비로 이어졌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월가 투자기관의 위세에 눌려 미 의회는 결국 상업은행의 증권업 겸영을 허용하는 법안을 새로 만들었다. 66년간 명맥을 유지해온 ‘글래스-스티걸법’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월가 큰손들은 쌍수를 들어 이를 환영했다. 이후 월가 큰손들은 원금의 10배 이상을 신용거래할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덩치를 키웠고 잠재적인 부실요인은 애써 감췄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호령했던 월가 큰손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리먼브러더스가 경영부실로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베어스턴스와 메릴린치는 매각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파생금융상품의 파괴력을 예견하지 못하고 미국 정부가 수수방관한 탓이다. 한국도 내년부터 미국 투자은행을 모델로 한 자본시장통합법을 시행한다. 금융업종 간 벽을 허물어 경쟁을 유도하고 금융회사의 대형화ㆍ글로벌화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금융시장에 대한 자유방임정책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서는 안 된다. 쓰러져가는 월가 투자은행들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부작용과 폐단을 줄일 수 있는 규제 대책도 같이 모색해야 한다.

관련기사



서정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