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하반기 M&A시장 기상도

기업 돈줄 막혀 대우조선등 매각 차질 우려<br>증시 침체·대출 규제로 자금조달 '비상'<br>유휴자산 매각·전략적 제휴 적극 추진<br>매각예정 기업 '몸값'도 덩달아 떨어져



최근 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하반기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판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원인 주식시장의 침체로 상장 등을 통한 자금조성이 어려워지는데다 정부도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M&A 대출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함에 따라 일부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탄 부족’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기업들의 자금조성 차질이 가시화되자 매물로 나올 기업들의 몸값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어 합리적인 가격이 새롭게 형성되기까지 관망세를 보이는 기업들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 중 올 하반기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기업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건설ㆍ하이닉스 등 총 16개사다. 전체 매각대금 규모는 50조~60조원에 달하며 각각의 매각가격이 수조원대를 웃돌 정도로 하나같이 ‘매머드급’이다. 이들 업체의 인수 여부에 따라서는 재계 순위가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ㆍGSㆍ한화ㆍ두산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상당한 관심 속에 해당 기업들의 매각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워낙 매각가격이 높다 보니 인수 희망기업들은 ‘실탄’ 마련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을 통한 M&A 자금 대출마저 까다로워지면 인수후보들의 자금조달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만약 인수후보들이 자금부족을 이유로 M&A 시장에서 이탈한다면 M&A 시장은 침체될 가능성이 높고 정부가 추진 중인 매각작업의 속도도 늦춰질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경우 시가총액만 11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자체 자금만으로 M&A에 나설 기업은 거의 없다”며 “최근 M&A 시장이 과열되면서 발생한 가격거품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매수심리는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정부의 M&A 자금 억제 방침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투자본부장은 “딜 사이즈(매물가격)가 수조원에 이르는 대형 물건을 보유한 정부가 M&A 대출을 규제하면 인수자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대처가 너무 즉흥적인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M&A를 위한 은행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자체적으로 현금성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인수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내부 유보금이 풍부해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익잉여금이 21조8,000억원, 가용 사재금이 3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강력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한화ㆍGSㆍ두산 등은 상대적으로 베팅할 수 있는 여력이 적어 열세에 몰리게 됐다. 한 그룹의 관계자는 “M&A 대출규제와 물가안정이 직접적으로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세계적으로 M&A를 순수한 자기 돈만으로 하는 회사가 얼마나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기업들은 자체 자금력을 확대하기 위해 전략적ㆍ재무적 투자자들과의 합종연횡을 본격화하고 유휴자산 등을 매각할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자금 중 내부 동원금액을 4조원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룹 내 유보재원 활용, 그룹 보유 부동산 유동화, 비상장 계열사 증시 상장 등 내부에서 최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M&A용 대출을 줄이겠다는 정부 방침은 어느 인수후보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조건인 만큼 전략적ㆍ재무적 투자자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그룹은 “무리한 베팅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실탄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두산그룹의 M&A를 총괄하고 있는 CFP팀장 이상하 전무는 “사옥 매각과 사회간접자본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추가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며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컨소시엄 구성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여유로울 것으로 평가받는 GS그룹 역시 최근 전략적 투자자 후보들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며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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