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본의 행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영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이 제일은행 인수 100일 기념식에서 제일은행의 ‘토착경영’방침을 밝혀 주목된다. 외국계 자본의 바람직한 역할모델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 은행의 머빈 데이비스 회장은 “SCB는 그동안 진출국가의 규제당국과 건전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한 국가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책임을 다해왔다”며 “한국에서도 고유문화와 가치 등을 존중하며 이런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세청의 외국계 펀드 세무조사, 은행의 외국인 이사수 제한 등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SCB의 이 같은 선언은 최근 일부 외신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의 반(反) 외국자본 정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굴지의 은행이 한국의 제도에 문제가 없는 만큼 거기에 따르며 한국사회와 호흡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우리가 해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일은행의 토착경영은 SCB 스스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전략이다. 세계 각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은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글로벌라이제이션과 로컬라이제이션을 합친 글로컬라이제이션이라는 말에서 보듯 토착화ㆍ현지화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진출국의 국민성과 정서ㆍ제도ㆍ소비자 취향 등을 정확히 파악해 부응하고 그 나라의 사회 및 경제발전에도 역할을 해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사업도 번창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ㆍ동유럽 등에 진출하면서 현지인력과 부품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다 그런 차원이다. SCB의 토착경영 선언은 이런 점에서 상생의 전략인 셈이다.
전략적 투자자인 SCB는 헤지펀드 등과는 성격이 다른 만큼 경영행태도 당연히 달라야 한다. 특히 SCB의 제일은행 토착경영 방침이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국내기업을 인수한 외국자본이 인수기업의 지속적 경영이나 경쟁력보다는 매매차익에 주력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SCB가 한국의 제도와 시장을 존중하며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제일은행도 발전하고 한국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경제발전에도 기여하는 새로운 역할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