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자금을 증시로(상)] 400조 생산자금화… 선순환 유도

정부가 주식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시중 자금흐름의 선순환을 유도하지 않고서는 경제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부동산 등을 오가며 투기자금으로 변질되고 있는 약 400조원에 이르는 시중부동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여 생산자금화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시중자금의 증시유입→주가상승→우량기업의 저리 자금조달 →투자활성화로 연결되는 선순환구도가 정책당국의 목표다. 주가가 오를 경우 소비가 되살아나 바닥을 기고 있는 내수가 되살아나는 것은 물론 고성장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증시부양책을 강구하는 배경이다. ◇시중 자금흐름 개선에 초점=다만 부양책의 내용은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 보다 시중 자금흐름 개선을 통한 수급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가 인위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개입할 의사는 없지만 주가가 인도네시아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비정상적”이라며 “자금시장의 물꼬를 터 주다면 주식시장은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중부동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는 방안을 두 가지 측면에서 강구되고 있다. 하나는 투기성 자금, 즉 부동산과 고위험고수익 상품 등에 돈이 흘러 들어가는 길을 차단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주식시장으로의 유인책. 비과세상품의 시한을 연장하는 게 주내용이지만 세액공제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증권업협회 등은 올해말로 만료되는 세액공제상품인 근로자주식저축의 연장 또는 상시적인 비과세 상품의 신설을 요청했다. 지난 2000년말 부활돼 2001년까지 가입이 허용됐던 근로자주식저축은 1인당 가입한도 3,000만원이며, 1년차 5%ㆍ2년차 7%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3년차에는 이자ㆍ배당소득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2년차의 경우 주민세 감면까지 포함할 경우 최대 7.7%의 세금절약효과를 낼 수 있다. 재경부의 대책이 가시화하는 시점은 6월 중순경으로 보인다. 재경부 관계자는 “시장활성화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세제지원 등에 관한 관계부처협의, 법률검토작업 등 적어도 2주일 이상은 걸린다”고 말했다. 6월10일 또는 6월17일 열릴 국무회의에 보고될 가능성이 높다. ◇민관 합동으로 분위기 달궈=정부 주도로 부양책이 강구되던 과거와 달리 민관이 합동으로 주식시장 살리기에 나선다는 점도 새로운 모습이다. 재경부와 증권유관기관들은 지난 주말에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모임을 갖고 민간과 정부가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의견을 모았다. 증권업협회와 거래소, 코스닥시장 등 6개 증권유관기관이 대대적인 설명회(IR)를 펼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정부가 자금 흐름의 물꼬를 증권쪽으로 돌리고 민간이 이를 끌어들이는 역할 분담인 셈이다. 증권사들은 특히 비과세 장기 주식형 상품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카드채 부실 우려 등으로 머니마켙펀드(MMF)나 채권형 상품에 대한 고객의 불신이 남아 있어 주식형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 이 상품은 1인당 원금 8,000만원 한도 내에서 주식이 60% 이상 편입된 펀드에 1년 이상 투자할 경우 이자수익과 배당수익에 대해 비과세하는 상품으로 증권업계는 약 3조원 이상의 자금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대기성 자금 풍부=도화선에 불을 연결할 수 있다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은 기대 이상이 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초저금리로 투자할 곳을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400조원에 이르는 데다 부동산 투자열기도 점차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또 매달 1조5,000억원씩 신규자금이 들어오는 국민연금도 100조원이 넘는 자산운용을 위해서는 주식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국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갈수록 늘어나는 연금을 운영하려면 우량 주식에 대한 장기투자를 늘릴 수 밖에 없다”며 “투자대상 다원화와 주식투자 확대를 위해 내부 투자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홍우,이학인기자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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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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