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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의 대표적인 중층 재건축 추진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기자가 방문한 28일 단지 내 상가에 몰려 있는 중개업소 곳곳에서는 전화 및 방문 상담이 한창이었다. 상가 내 D공인의 경우 대표는 자리를 비운 채 실장만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이 중개업소 실장은 "급매물을 찾는 전화가 꾸준히 오고 있다"며 "반면 매도자들은 더 이상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들썩거리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소형 의무건립 완화 등 굵직한 재건축 호재들이 담겼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매수·매도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는 분위기다.
◇들썩이는 대치동 아파트촌=현재 정밀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대치동 선경아파트와 한보미도맨션에서는 최근 가격 상승세가 눈에 띈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연말에 10억7,000만원에 거래된 선경 84㎡(이하 전용면적)의 시세는 현재 12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직전과 비교해도 1억~2억원 오른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이 지역 H공인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2주 전부터 매매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직접 거주하려는 실수요자는 물론 전세를 끼고 사 두려는 투자 수요도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길 건너 미도맨션도 호가가 오르는 등 부동산 경기개선 기대감이 퍼져나가는 모습이다. 한보미도맨션은 보름 전에 비해 호가가 5,000만원 이상 상승했다는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126·127㎡의 경우 2주 전 14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15억∼15억5,000만원까지 올렸다.
이 지역 J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단기에 많이 올라 거래는 잘 안 되고 있다"며 "하지만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매수문의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매물 사라지는 한강변 재건축=올해 초 안전진단 일괄 통과로 재건축 기대감이 퍼져 있는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도 최근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 발표로 호가가 다시 한 번 뛰는 모습이다. 얼마 전 한강변인 구현대1차 196㎡를 최근 실거래가인 25억원에 내놨던 집주인이 계약이 성사되기 직전 나중에 팔겠다고 물건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96㎡의 경우 26억~27억원 매물만 남아 호가가 1억5,000만원 가까이 뛴 상태이다.
이 지역 G공인 대표는 "휴가철이라 그런지 내방객이나 전화 문의가 눈에 띌 정도로 늘지는 않았다"면서도 "일부 집주인들이 가격상승을 기대해 물건을 거둬들이면서 가격이 오르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재건축 본궤도인 조합설립 직전의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3주구에도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현재 추진위 상태인 주공1단지 3주구는 조합설립 동의서를 걷은 지 한 달 만에 70%를 넘어섰다. 조합설립 움직임에 가격은 꾸준히 올라 11억3,000만~5,000만원 사이에 거래되던 72㎡의 경우 현재 11억5,000만원 이하 매물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A공인 대표는 "부동산 규제완화가 구체화되기 시작한 후 내방객이 늘어나는 모습"이라며 "11억5,000만원에 나와 있는 72㎡가 있으면 바로 사겠다고 의사를 밝힌 손님도 왔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