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유가 하반기엔 100弗 아래로…전기요금 현실화해야"




원전 정책 예단 힘들어
계획대로 확대한다면
여론 수렴 반드시 해야 전기료 싸 과소비 극심
전력·도시가스 요금등
원가중심으로 책정 필요
"당분간은 110달러를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입니다. 하반기로 가면 투기세력이 지금보다 주춤해지고 달러강세 기조가 유지돼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 역시 100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연평균으로 100달러 초반이 되겠지요." 중동사태로 고유가 행진이 이어지자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유가전망치를 수정했다. 당초 지난해 말 분석한 85달러에서 103달러로 20달러가량 높여 잡았다. 지난해 평균 78달러에서 30%나 뛰어오르는 것이다. 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1~4월 평균 유가는 106달러다. 지난 13일 경기도 의왕시 집무실에서 만난 김진우 에너지경제원장은 "대부분의 주요 유가 예측기관이 20달러가량 상향 조정했다"면서 "정부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100달러대(연평균) 초반으로 보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회복 추세가 더 빨라질 가능성은 낮은 편이며 중동사태가 알제리나 오만으로 번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라며 "유가가 미세하게 내려가면 내려갔지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싱크탱크의 수장답게 출렁이는 유가흐름에서 전기요금 현실화, 온실가스 감축 등 민감한 현안까지 시원하게 답변을 쏟아냈다. 그는 "전기요금은 원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적정한 수준으로 인상되지 않아 원가회수율이 91%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원가회수 및 적정 투자 보수율이 보장되는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투기세력 이탈로 세계 석유시장 흔들 중동사태 이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국제유가가 최근 폭락하며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김 원장은 "가격이란 것은 수급요인이 중요한데 석유시장은 외적 요인에 좌우될 정도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달러강세와 경기회복 지연 전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투기세력이 빠져나갔습니다. 이들로 인해 단기간 내에 10달러 정도는 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 투기성 자금 유입으로 올해 유가 변동성이 여느 때보다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의미다. 김 원장은 투기세력에 대해 제법 소상하게 설명했다. "상세히 알 수는 없지만 큰 흐름을 보면 헤지펀드뿐 아니라 오일달러가 석유시장으로 들어와 시장을 교란시키는 아이러니한 모습도 포착됩니다." 김 원장은 석유시장 흐름에서 본 수급요인에 따른 적정가격을 95달러 내외로 바라봤다. "몇년 전이라면 70달러대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중국ㆍ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수요가 워낙 크기 때문에 100달러 근처에서 오르내려도 세계석유시장이 위축될 정도는 아닙니다." 최근의 유가강세 기조에도 이러한 중국 등의 수요가 다 반영됐다는 것이다. 석유 이외의 다른 원자재 가격에 대해 김 원장은 "석탄ㆍ가스는 시차가 조금 있지만 대부분 유가에 연동한다"면서 "중국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경기가 좋아 석유뿐 아니라 리튬ㆍ철강ㆍ희토류 등 타 원자재를 많이 휩쓸어 가격에 영향을 줬다"면서 "중국의 정책과 경기변동에 따라 같이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유가 이야기에서 국내 기름 값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지난달 민관합동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중장기적 대책만 내놓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석유제품은 국제유가라는 외부변수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야기된 가격 문제에 정부가 해법을 내놓기가 쉽지 않고 오히려 정부의 간섭이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그는 "주유소의 카드수수료 문제나 유류세 등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논란들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원전 지속성 위해서는 여론 수렴 과정 필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사고는 전세계 원전정책에 급제동을 걸었다. 우리 고리1호기도 긴급 점검 뒤 최근 재가동됐고 정부는 에너지 믹스에 대한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전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자 김 원장의 목소리도 다소 차분해졌다. "가장 중요한 것이 원전 비중을 어떻게 취할 것이냐인데 아직은 예단하기 힘듭니다." 그는 "기존 계획대로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면 대안은 무엇인지, 화석연료나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면 추가 부담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현재 정부의 공식 입장은 기존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또 "온실가스 감축과 전력공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다른 대안이 마땅하지 않다"면서 "설령 현행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국민 대토론회나 공청회 등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원전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경제성 등을 이유로 아직 보급이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보급의 핵심주체인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너무 미흡해요. 지식경제부 등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광역경제권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수출산업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실적이 우수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합니다. 아직 국내시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관련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ㆍ세제지원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전기요금 현실화 시급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자 전력 분야 전문가답게 전력 이야기를 꺼내자 목소리 톤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싼 전기요금 때문에 전력 과소비가 팽배해 여름과 겨울마다 전력공급에 비상등이 켜진다. "싼 전기요금에 의존하는 일이나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상업용 난방도 모두 전기로 바뀌었고 가정용도 보급이 많아져 지난해 전기소비는 10.1% 증가했으며 전기난방이 증가량의 25%를 차지했습니다." 전력수요 관리방안에 대해서는 석탄과 원자로 등의 설비확충과 요금 정상화를 통한 수요차감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설비확장에는 시간이 걸려 2013년까지는 쉽지 않기 때문에 당장 수요를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전력의 원가회수율은 91% 수준이다. 김 원장은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와 도시가스 원료비 연동제는 꼭 도입돼야 하는데 이의 전제조건은 요금수준 현실화"라고 지적했다. 가격체계는 곧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신호인데 물가관리 등의 이유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다 보니 잘못된 소비가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요금을 1% 인상하면 소비자물가는 0.019%포인트, 생산자물가는 0.0274%포인트 증가한다. 물가 및 가계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크지 않다는 얘기다. 용도별 요금에 대해서는 "현재 혜택이 높은 산업용 요금을 조절하고 일반가정은 덜 올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성 측면에서 모두 다 원가 중심으로 책정하면 됩니다. 특정 부문을 낮추면 다른 곳으로 부담이 갈 뿐더러 낮은 전기요금으로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발상은 구시대적이에요." 김 원장은 "전력은 수송과정에서 전압에 따라 공급원가 차이가 발생하므로 궁극적으로는 용도별 요금제에서 전압별 요금제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칙 지키고… 소통 늘리고…
■김 원장은
작년 기관장평가 최고등급 '훈장'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에너지 박사'다. 30년 가까이 에너지경제 분야의 정책연구를 해왔다. 특히 전력ㆍ원자력 부문이 주전공 분야다. 해박한 지식에 논리가 정연해 어떠한 질문에든 명쾌한 답변이 바로 돌아온다. 김 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당시 '일할 맛 나는 연구원, 신나는 연구원 만들기'를 모토로 삼았다. 취임 1년. 연구원의 변화를 묻자 김 원장은 "내부 구성원 간 서로 신뢰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돼 조직역량과 업무효율성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답했다. 그는 취임 후 직원들과의 소통 채널을 다양화해 의사결정에도 적극 반영하고 연구과제 선정, 연구실적 평가, 인사, 승진 등 모든 경영업무를 수행한는 데 원칙을 중요시했다. 원만한 대인관계와 함께 30년간 연구원에서 쌓았던 연구ㆍ기획관리 경험이 원동력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 결과 지난해 기관 및 기관장 평가 최고 등급이라는 '훈장'이 자연스레 따라왔다. 최근 들어 김 원장의 고민이 하나 늘었다. 오는 2013년 울산시로 이전하게 됨에 따른 인력 수급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김 원장은 "연구원은 대부분의 국책연구기관이 이전하는 세종시가 아닌 울산시로 이전하게 됨에 따라 타 국책연구기관에 비해 우수인력 신규 확보에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연구인력을 중심으로 기존 인력의 이탈도 적지 않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자체적으로 지난해 중장기 인력수급 계획을 수립, 다수의 신규 인력을 사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년ㆍ연봉 등의 메리트가 떨어지다 보니 인력수급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커다란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김 원장은 연구원을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변화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연구기반을 확충하고 연구의 질을 향상시켜 에너지 정책을 선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부문별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 제시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정안 연말 발표
전문가 TF운영·공청회 거쳐… 향후 40년 에너지 비전 담아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오는 2030년까지의 에너지 수급 전망을 담은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정안을 만들고 있다. 연말까지 전체 에너지 수급구조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한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당초 연초로 예정됐던 에너지기본계획 발표가 늦어진 것은 지난 3월11일 발생한 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원전을 추가 확대하지 않고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이 가능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2차 계획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20년 BAUㆍ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 설정 등의 변화요인으로 2008년 수립한 1차 계획을 조정하는 작업이다. 1차 계획에 따르면 1차 에너지 수요(발전뿐 아니라 수송ㆍ산업 등의 모든 에너지원) 목표에서 원자력 비중은 2006년 15.9%에서 2030년 27.8%로 늘어나고 전력생산을 위한 발전설비 용량은 같은 기간 26%에서 41%까지 증가한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1.9%에서 10.7%로 크게 높아진다. 반면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은 2006년 13.7%에서 2030년 12.0%로, 화석연료의 대표주자인 석유와 석탄은 각각 43%, 24%에서 33%, 15%로 떨어진다. 원전정책 방향에 따라 제2차 계획도 변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전력소비가 막대하게 늘어난 것도 주된 배경이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에너지의 40%가 전력생산에 투입되는데 이는 과거에 책정했던 수요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약속한 것을 지키려면 그만큼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며 특단의 노력을 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자력ㆍ화력ㆍ신재생에너지 등의 중장기적 비중을 책정하는 만큼 관심도도 높다. 그래서 다음달까지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7~8월 공청회를 거쳐 올해 말까지 의견을 조율해 기본계획이 발표된다. 제2차 계획에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최초로 부문·업종별 온실가스 배출 감축목표를 제시할 예정이며 국가발전 패러다임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부합하는 2050년까지의 에너지 미래 비전도 제시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의 핵심 기반인 에너지 및 온실가스 통계를 확충하고 통계작성 및 전달체계를 정비하는 등 정보ㆍ통계분석 및 서비스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2010년 멕시코 칸쿤 회의에서 예상했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올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회의에서도 논의가 종결(온실가스 감축목표 구체화ㆍ의무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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