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희망을 말하다] 김정호 포디엄시스템 대표

"기술력·도덕성 입증해 패자부활 했죠"<br>대출없이 이익 고스란히 재투자<br>3년노력 끝에 정부 지원 선정<br>"물류정보시스템 강자로 명예회복"


물류정보시스템업체인 포디엄시스템의 김정호(46·사진) 대표는 신묘년 새해를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벤처기업경영재기지원제도(벤처패자부활제) 제3호 수혜기업인으로 선정되면서 이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벤처패자부활제를 통해 신용회복을 했다고 하면 자동판매기처럼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아니냐'는 반응이 튀어나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며 "평소 거래처나 직원들에게도 실패의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김 대표는 1988년 한양대학교 박사과정 중 물류정보연구실 출신 인력들과 함께 이알하우스라는 벤처기업을 차렸다가 재기불능의 낙인을 얻었다. 기술력만 믿고 외부투자 유치를 소홀히 하다 벤처버블이 꺼지자 자금난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그 후 신용불량자로 떨어진 그에게 세상은 녹록하지 않았다. 물류정보시스템 분야에서의기술력과 인맥은 여전히 국내 최고 수준이었지만 쉽사리 취업 기회도 찾지 못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도, 정부 주도의 국책과제에 참여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기업을 다시 꾸리기도 어려웠다. 다만 그의 성품과 실력을 알고 있는 지인들의 회사에서 일을 도와주며 조용히 숨을 고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김 대표의 눈에 띈 것이 벤처기업협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벤처패자부활제였다. 그는 "내가 법원에 가서 개인 파산 신청을 해버리면 나를 믿고 보증을 서줬던 수많은 보증인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벗을 수도 있었다"며 "하지만 마음의 짐은 덜 수 없기에 신용회복을 하고 기업을 일으켜 직접 빚을 갚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회사 대표자 명의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 벤처패자부활제를 두드렸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김 대표는 "신용회복을 위해서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에서 반드시 B등급을 맞아야 했다"며 "창원지원제도의 기술평가 기준 등급이 CCC인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까다로운 기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신청을 위해 제출해야 할 서류만도 30여종이며 도덕성 평가 파트에서는 뼈아픈 인생의 굴곡을 고스란히 자료로 작성해야 했다. 하지만 벤처패자부활제가 그가 주변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저버리지 않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김 대표는 3년간 은행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익을 재투자 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다행히 그의 인적 네트워크와 기술력덕분에 포디엄시스템은 국책사업 수주나 은행 차입 없이 매출 40억, 직원 40명의 견고한 회사로 성장해나갔다. 그는 "지난 3년간 온갖 벤처패자부활제 관련 설명회를 쫓아다니며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했고, 꼭 기보의 자금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신용회복의 굴레만이라도 벗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다행히 올해 패자부활제 대상으로 선정되는 기쁨을 안았고, 지난 10월부터 기보 심사 없이 신용회복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까지 개선돼 더 많은 기업인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패자부활'을 노리는 벤처기업인들을 위한 멘토 역할을 맡을 작정이다. 그는 "기업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경험과 네트워크를 살릴 수 있도록 배려하면 수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이를 그대로 썩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국가적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부채 탕감과 자금 지원은 차치하더라도 묶어 놓은 손발을 조금만 풀어주고 운신의 폭만 넓혀줘도 벤처기업인들이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신용회복을 원하는 벤처기업인의 잠재수요가 2,000명을 넘는다고 하더라"며 "제도가 시작된 2005년부터 지금까지 수혜기업인이 단 3명에 불과한 만큼 문턱을 과감히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통해 "포디엄시스템을 '10년 이상 영속하는 기업'으로 만들어 훗날 사업 노하우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겠다" 고 포부를 밝혔다. 물류정보시스템과 제품수명주기관리(PLM)시스템의 강자로 변신해 신용 회복에 이어 '명예 회복'까지 단숨에 노리겠다는 각오다.
SCM·PLM 솔루션 제작… 작년 매출 40억 달성
● 포디엄시스템은
포디엄시스템은 물류정보시스템(SCM), 제품수명주기시스템(PLM) 분야의 솔루션을 만드는 IT벤처기업이다. 포디엄시스템의 솔루션은 특히 국방, 철도운송 등 국가기간산업분야에 적용돼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2007년 설립된 포디엄시스템은 지난해 4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새해에는 국방기술품질원과의 파트너쉽 강화로 매출 60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벤처패자부활제의 수혜를 입고 자금융통까지 원활해져 성장 가능성이 더욱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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