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애플비 ‘정신력의 승리’

골프는 역시 `정신력`이다. 스튜어트 애플비(33ㆍ호주)가 초반 6타차까지 앞서며 독주를 펼쳤지만 후반 들어 맹렬하게 추격해 온 비제이 싱(41ㆍ피지)에게 몰려 숨이 턱에 닿는 긴장을 느껴야만 했다. 마지막 홀까지 잠시라도 방심하면 싱에게 트로피를 내 주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애플비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결국 단 1타차로 우승 고지에 올라 우승상금 106만 달러를 챙겼다. 4라운드 합계 22언더파 270타. 12일 미국 하와이주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골프장(파73ㆍ7,263야드)에 끝난 2004 시즌 PGA투어 개막전인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총상금 530만달러) 최종라운드. 20언더파로 싱에 2타 앞선 채 이날 경기를 시작했던 애플비는 초반 파 행진을 거듭했지만 싱이 2번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뒤 처져 여유 만만하게 플레이를 이끌어 나갔다. 4, 5, 7번홀에서는 버디를 낚으며 타수 차를 6타로 늘리기도 했다.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 때론 깃대가 크게 휘어질 정도였지만 애플비의 아이언 샷은 정확했고 퍼트도 정교했다. 반면 싱은 예전에 쓰던 샤프트가 긴 배꼽 퍼터(밸리 퍼터)를 들고 나왔지만 전날 그랬던 것처럼 좀처럼 퍼트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홀이 다소 경사진 곳에 꽂혀 있던 8번홀에서는 3퍼트로 보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홀에서 애플비 역시 보기를 해 타수 차를 유지했던 싱은 9번홀 버디로 기세를 찾은 뒤 후반 들면서 무섭게 변하기 시작했다. 퍼트 부진은 간데 없이 `따라 잡겠다`는 일념만 빛났다. 애플비가 9번홀에서 나란히 버디를 했지만 12번홀 보기로 주춤했고 이후 우승에 대한 부담으로 비교적 짧은 버디 퍼트를 잇따라 실패하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14번홀부터 버디 포문을 연 것. 14번홀 2~3㎙, 15번홀은 3~4㎙, 16번홀 5~6㎙ 정도 되는 점점 길어지는 버디 기회를 매섭게 낚아 채며 싱이 부상하기 시작, 2타차까지 따라 붙었다. 강하게 부담을 느낀 애플비는 클럽을 두 세 차례 바꾸고 코스 공략 도를 자주 꺼내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애플비에게 다시 행운이 찾아 왔다. 싱이 17번홀에서 내리막이긴 했지만 3~4㎙정도 되는 비교적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쳤고 마지막 홀에서는 결과적으로 동타를 이룰 수도 있었던 싱의 이글 퍼트가 살짝 빗나갔다. 애플비는 마지막 홀에서 세컨 샷이 관중석 아래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고 버디 퍼트가 홀 옆에 서 버려 파를 기록했지만 싱이 버디에 만족하면서 1타차지만 선두를 유지, 결국 트로피를 차지했다. 애플비가 정상에 선 것은 지난해 10월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이후 3개월 만이다. 한편 올해부터 미국 무대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대런 클라크가 막판 버디 행진으로 단독 3위까지 올랐고 타이거 우즈는 레티프 구센과 공동 4위를 이뤘다. 지난해 같은 코스에서 31언더파를 쳐 우승했던 어니 엘스는 올해는 4언더파 288타로 공동 21위에 그쳤다. 우즈, 프로입문후 통산상금 4,000만弗 돌파 ○…타이거 우즈는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프로 데뷔 후 통산 상금 4,000만달러를 돌파하는 대 기록을 세웠다. 17, 18번홀 연속 버디로 공동 4위까지 뛰어 오른 우즈는 27만4,000달러의 상금을 추가, 생애 통산 상금 4,005만2,26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96년 프로에 입문한 뒤 약 8년만에 공식 대회 상금만 4,000만달러를 넘긴 것. 한편 우즈는 “바람이 많이 불어 퍼트 거리감을 찾기 어려웠다”며 “그러나 최선을 다했고 성적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우즈는 다음 달 중순에나 투어에 복귀할 예정. <김진영기자 eagle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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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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