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기아자동차 인수 무산에 따른 후유증을 벗어나고 있다.삼성을 옥죄온 삼성자동차 「퇴출설」이 「독자생존」천명이후 일단 수면아래로 가라않았고, 하반기부터 추진한 구조조정의 성과도 가시화되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희망퇴직과 분사등을 통한 강도높은 인력조정으로 임직원들의 동요가 적지않은데다 기아차 인수실패와 항공·화학·중공업등의 빅딜로 「불패신화」가 깨지면서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감돌았던게 사실.
그러나 최근 대구은행 최대주주및 한미리스 2대주주로 부상하는등 금융쪽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데다 사실상 공채성격을 갖는 1,000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키로 하는 등 미래에 대한 투자와 도약 발판을 다지고 있다. 또 현대그룹이 독주하고 있는 대북사업에 대해서도 10억달러를 투자, 전자복합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의 대북 프로젝트도 발표하는 등 기아인수 무산 직후의 수세적 태도에서 탈피하는 조짐이 역력하다.
최근 열린 사장단회의에서는 연말인사를 앞둔 시점임에도 유례없이 좋은 분위기속에서 열렸다는 후문. 특히 정·재계간담회와 한·일재계회의의 잇단 불참으로 은둔설이 증폭되던 이건희(李健熙)회장은 이를 불식이라도 하듯 이달들어 두차례 청와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삼성의 분위기 반전에 대해 재계는 구조조정 성과 가시화와 IMF한파속 계열사 실적호조, 기아인수 포기에 따른 부실요인 감소등을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삼성의 구조조정은 5대그룹 구조조정 실적이 부진하다며 채근하는 정부측으로 부터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이헌재(李憲
宰)위원장은 지난 12일 자동차문제가 구조조정의 난제라고 지적하면서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이 5대그룹중 가장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주거래 은행인 한일은행은 삼성계열사간 이(異)업종 상호지보를 조건없이 신용으로 전환키로 해줘 다른 그룹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삼성은 이에 고무된듯 올들어 전체 인력의 20%감축, 33억달러의 외자유치, 올해중 230%로 부채비율 축소 등 그동안의 구조조정 성과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주력 전자업종의 호조는 삼성 분위기 쇄신에 큰몫을 해내고 있다. 일등 공신은 역시 달러박스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올해 경상이익이 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기와 전관·코닝등 전자소그룹과 화재·생명등 금융소그룹, 삼성중공업등도 상당한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외부적으로는 축소지향적으로 비칠수도 있으나 구조조정의 핵심은 단순 축소가 아니라 재도약의 기반 구축이다』고 설명했다. 【권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