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중동 석유개발국' 코리아


자원외교의 성과이자 실패 사례로 언론에 회자되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유전 개발 본계약이 체결됐다. 최대 600만 배럴의 원유 공동비축 계약도 성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UAE는 아부다비ㆍ두바이 등 7개 토후국이 연합해 설립한 국가인데 이번 석유 개발 계약은 토후국 중 맏형 격인 아부다비의 국영석유회사 ADNOC와 육상 2곳, 해상 1곳의 미개발 유전을 개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유전 운영능력 확보 발판 삼아야


매장량 세계 7위인 UAE에는 세계 총 확정 매장량의 7%에 이르는 978억 배럴(2011년 1월 기준)이 묻혀 있다. 하루 평균 생산량이 290만 배럴(2010년 기준)로 같은 해 우리나라의 하루 석유 소비량(약 220만 배럴)을 웃돈다.

아부다비는 1939년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설립한 ADPC와 처음으로 양허 방식의 석유 개발 계약을 체결한 후 일본ㆍ프랑스ㆍ독일 등의 회사들과 개발 계약을 체결해왔다. UAE는 특이하게 1960년대 세계적 흐름이었던 자원민족주의, 자원 국유화의 흐름과 더불어 등장한 생산물분배협정이나 서비스 제공 계약 방식을 따르지 않고 일관되게 양허 계약 방식을 고수해왔다.


이번 한국석유공사와 ADNOC의 석유 개발 양허 협정이 갖는 의미로 우선, 세계 석유 개발 시장에서 한국의 지위가 확인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중동의 석유는 서방 강대국이나 중국ㆍ일본 등에 의해 개발됐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석유 개발은 휴대폰이나 자동차를 생산ㆍ판매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사업적 성격을 갖는다. 자원 보유국과의 깊은 국제정치적 관계, 고도의 기술력, 막대한 초기 투자자본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UAE 석유 개발 계약 참여를 통해 한국도 그런 능력을 갖춘 세계 석유산업의 참여자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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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석유공사는 메이저 개발회사가 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메이저란 생산의 상류에서 수송ㆍ정유ㆍ판매의 중ㆍ하류 모든 분야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다국적 석유회사를 의미하는데 석유공사가 그중 가장 상위 단계인 생산에서 확고한 능력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다.

셋째, 에너지 안보의 핵심인 석유의 안정적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양허 방식의 석유 개발에서 생산된 석유의 소유권은 개발업자의 지분비율에 따른다. 따라서 UAE 유전 개발에 성공하면 석유공사가 지분만큼의 석유를 국내에 들여오거나 국제시장에 팔 수 있게 된다.

UAE와의 본계약 체결 시점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선 운영(Operating)에 대한 적극적 참여다. 석유 메이저 회사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운영능력 보유 여부에 달렸다. 국내 석유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로서는 해외에서의 경험을 통해 기술과 노하우를 획득할 수밖에 없다. UAE 계약을 그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치적 위험 등 철저 대비를

그리고 석유 개발 계약에서의 정치적ㆍ법적 위험은 기술적ㆍ경제적 위험 못지않게 주의와 대비가 요구된다. UAE는 연방 차원의 석유법이 없고 각 토후국의 법률과 제도에 의해 석유 개발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석유 개발은 다양한 위험을 무릅써야 하고 수년에서 수십년의 장기적 안목에서 이뤄져야 하는 사업이다. 잘못하면 수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개발 성공 시 엄청난 대가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의 톱10 중 7개를 에너지 회사가 차지했을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라면 최소한 세계 20위권에 드는 석유회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UAE 석유 개발 협정이 석유공사가 진정한 메이저로 발돋움하는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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