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등지에 본사를 둔 주식 단타매매(데이트레이딩) 업체들이 중국으로 진출, 젊은이들을 싼 값에 트레이더로 고용한 후 뉴욕, 도쿄 등 해외 증시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중국인 트레이더들의 투자 경험이 부족하긴 하지만 본사의 리스크 관리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 저렴한 비용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은 시차 특성상 늦은 밤에 집중 매매를 해야 하는 등 업무 강도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번 만큼 가져갈 수 있다'는데 현혹돼 단타 매매 대행에 뛰어들고 있다.
◇20명이 하루에 500만주 거래=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인근에 위치한 '레이저트레이드'에서는 20명의 젊은이들이 매일 컴퓨터 모니터 앞에 줄지어 앉아 뉴욕증권거래소 등에 상장된 종목들을 실시간으로 거래한다. 레이저트레이드에서 발생하는 일일 주식 거래량은 500만주에 달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는 레이저트레이드와 같은 해외증시 단타매매 전문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 본사를 두고 있다. 자체 자금이나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위임 받은 자금을 본사 계좌에 넣어둔 후 중국 사무소에서 실시간 웹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통해 접속, 단타 매매를 한다. 뉴욕은 물론 런던ㆍ도쿄ㆍ온타리오 등 해외 주요 증시 상장 종목들을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주식 전문가들은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을 고용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의아해하지만 업체 관계자들은 "매우 정교하게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 큰 의문점은 중국은 물론 미국, 캐나다 등 각국 주식거래 관련법 위반 여부다. 하지만 중국 법은 자국민이 위안화를 이용해 해외 주식을 거래하는 것만 금지할 뿐 해외 계좌를 통해 주식을 거래하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금지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미국 등 외국 감독당국이 제한을 가하기도 어렵다. 베이커앤드맥킨지의 토마스 라이스 증시 관련법 전문가는 "미국 감독 당국 입장에서 보면 관할권 차원의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법적 사각지대(legal gray zone)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젊은 대졸자들, 일확천금 기회로 여겨=전문 단타매매 업체에서 일을 하려는 지원자들이 많다는 점도 관련 업체들이 늘어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레이저트레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달 동안 지원서를 낸 사람만 해도 200명이나 됐다. 중국 대졸 초임의 한달 평균 임금이 300~400달러인데 비해 이 곳에서 지급하는 한달 임금은 200불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일부 대행업체는 기본 임금을 한푼도 지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래 수익의 10~50%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은 하루에 100회 이상 주식을 사고 판다. 종목 보유 시간은 보통 5분을 넘기지 않는다.
그러나 지원 경쟁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이 곳에서 오랫동안 버티기는 쉽지 않다. 킹 찬 레이저트레이드 매니저는 "직원 회전율이 4~5개월"이라며 "1년 이상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존 코피 주니어 콜롬비아대 증권법 전문가는 대행업체들이 직원들에게 제시하는 보상 수준이 이상할 정도로 높다고 지적한다. "트레이더들이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올린다 하더라도 거래 수수료가 이와 맞먹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