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 등 외신들은 40여년 전 '죽(竹)의 장막'을 걷고 미중 데탕트(냉전완화)를 이뤄낸 헨리 키신저(91) 전 국무장관이 17일 시 주석과 만나 "미중 양국은 이제 글로벌 의제를 설정할 위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1979년 미중 수교를 이뤄낸 사실상의 주역으로 그가 주도한 미중 데탕트는 이후 중국 개혁개방 정책의 초석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1970년대 미중 관계를 누그러뜨린 "아이스브레이커(ice-breaker)"라고 칭하며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뜨거운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환대했다. 시 주석은 또 키신저 전 장관이 "중국의 개혁개방에 대해 통찰력 있는 견해를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중국이 앞으로도 평화적인 발전을 고수할 것이며 미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 주석은 미중 양국이 대립과 갈등을 지양하고 상호 존중해야 한다며 '신형 대국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 초 처음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미국과 중국이 함께 세계 평화와 진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고 격세지감을 털어놓으면서 민간인으로 중국을 방문한 자신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준 데 대해 시 주석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다만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중국의 신형 대국관계 논의에 대해서는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다. AFP통신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 양국이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양국의 이해에 따라 "장기적 안목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