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시장의 실패, 정책의 실패

[기자의 눈] 시장의 실패, 정책의 실패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전세계 금융시장이 숨죽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증시ㆍ환율ㆍ금리 등 대다수 금융지표들이 거의 움직임을 멈춘 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FOMC가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건 0.50%포인트를 낮추건 시장에서는 '항복선언'쯤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얼마 전만 하더라도 시장의 금리인하 요구에 대해 투자 실패를 보전해주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시장의 실패에 손을 들기는 영란은행(BOE)도 마찬가지다. 머빈 킹 총재는 지난 12일 "투자에 실패한 은행을 도와줘서는 안된다"고 했다가 불과 이틀 만에 파산위기의 한 은행에 무제한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어떨까. 한은은 최근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스와프시장에 달러를 공급했다. 덕분에 은행권은 자신들의 투자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한은이 달러 부족 사태에 "과거 은행권이 눈앞의 수익에 눈이 멀어 달러 매도에만 집중하다 이제 와서 달러가 모자란다고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던 게 불과 보름 전이었다. 당시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관치를 욕하면서 필요할 때만 관치를 요청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시장의 실패는 중앙은행이 원ㆍ달러 상승의 시그널을 계속 줬는데도 이를 무시한 일부 세력의 잘못이지 정책 실패 때문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물론 한은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비난만 할 수는 없다. 금융통화당국은 시장 자율을 중시해야 하지만 시장 실패의 파장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중앙은행에 대들지 말라'는 격언과 달리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앙은행의 의도대로 움직이기에는 너무 커버렸다. 하지만 최소한 한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시장 감시는 물론 시장과의 소통에도 실패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국 등과 달리 서브프라임의 충격은 국내에는 아직 미진(微震)에 불과한 수준이다. 앞으로 더 큰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 내심 다른 중앙은행의 조치에 회의적이었던 한은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뜻이다. 입력시간 : 2007/09/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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