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43분. 보스턴에서 출발한 아메리카 에어라인 항공기 한대가 이제 막 하루의 기지개를 펴려는 뉴욕 상공 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끔찍한 비극의 오전은 뉴욕은 물론 미국을 공포와 비극의 무대로 바꿔놓았다. “아마도 바로 그날에는 미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슬픔과 혼란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테러가 일어난 지 3일째 되던 날 칼라일이 조금은 들뜬 기분이었을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의회가 그 액수의 절반은 군사 부분에 배정될 비상 준비금 400억 달러를 압도적으로 승인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 결정으로 미국에서 가장 이득을 볼 사람들은 사모펀드 ‘칼라일’의 파트너들이었다. 수백개 방위산업체에 투자한 칼라일 그룹은 이른바 9ㆍ11 테러의 최대 수혜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9ㆍ11 사건은 이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칼라일 그룹과의 밀접한 관계를 드러낸 계기가 된다. 칼라일은 1986년 스티븐 노리스와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이 주축이 돼 세운 미국 사모투자기업이다. 칼라일은 처음부터 미국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이나 시카고나 아니라 정치 중심지인 워싱턴에 본사를 두었다. 워싱턴이야말로 그들이 장차 벌일 비즈니스의 최적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칼라일의 비즈니스 방식을 한마디로 ‘안면(顔面)자본주의(Access Capitalism)이라고 부른다. 얼굴로 하는 장사라는 얘기다. 연고와 인맥을 통해 로비를 벌여 투자의 성과를 얻어내는 비즈니스다. 칼라일이 끌어들인 저명인사들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프랭크 칼루치 전 미국 국방장관, 투자 전문가 조지 소로스, 존 메이저 전 영국 수상, 우리나라의 박태준 전 국무총리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칼라일 그룹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댄 브리어디는 그동안 심증에만 머물렀던 퇴직 정치인과 글로벌 기업들의 검은 커넥션을 물증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저자는 전직 고위층을 동원해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추구해 왔던 칼라일의 수법을 생생하게 펼쳐 놓았다. 원제 ‘아이언 트라이앵글(Iron Triangle)’은 정치-전쟁-돈으로 이어지는 삼각고리를 의미한다. 이 책 안에는 2000년 9월 칼라일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한미은행을 인수하면서 거둬간 7,000억원 이상의 수익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도 담겨 있다. /홍병문기자hb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