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공장 못 돌리는 현대차… 미소 짓는 미국·일본 빅3

GM·포드·크라이슬러 노사 무파업 협약 발판 공장 풀가동 성장 가속<br>엔저 탄 도요타·혼다·닛산 "절호의 기회" 마케팅 총력


현대자동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에 이어 기아차 노조도 21일 부분파업을 벌여 공장이 멈춰진 사이 미국의 빅3과 도요타 등 일본차 3사의 공장은 풀가동하고 있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GM과 포드ㆍ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는 미국 내 모든 공장의 가동률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이들 업체는 현대ㆍ기아차의 생산차질이 곧바로 자사의 이익증대에 직결되는 만큼 한국에서의 파업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빅3는 노사 간 무파업 협약을 발판으로 한국 업체 등에 내준 시장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전미자동차노조(UAW)는 2015년까지 무파업, 신규 채용 직원 시급을 기존 직원의 절반인 14달러로 하는 이중임금제 등 유연한 노동조건을 받아들였고 이에 힘입어 빅3의 미국 내 전공장 풀가동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노동자의 의식이 미국 자동차 산업을 회복시킨 셈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7월까지 미국 시장 전체가 8.4% 성장한 가운데 글로벌 주요 메이커 중 현대ㆍ기아차만이 지난해 대비 역성장했다"면서 "파업으로 인한 현대ㆍ기아차의 생산차질은 곧장 미국 빅3 등 생산성을 재정비한 회사들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달 1일 기준 미국 시장의 업체별 재고일수를 살펴보면 현대ㆍ기아차가 41일로 GM(68일), 포드(66일), 크라이슬러(66일), 도요타(48일), 혼다(49일), 닛산(51일)보다 낮다. 미국에는 한국과 같이 고객이 신차 구매계약을 한 뒤 일정 기간 인도를 기다리는 관행이 없다. 딜러점에서 차를 사고 그 자리에서 타고 간다. 이 때문에 충분한 재고가 판매량과 직결된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적정 재고일수를 60일로 보고 있는데 41일이던 재고일수가 곧 30일대로 떨어질 것"이라며 "파업이 길어져 수출 타격이 커지면 회복이 어려운 지경까지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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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ㆍ혼다ㆍ닛산 등 일본 자동차 3사도 현대ㆍ기아차의 파업 사태를 주시하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동일본대지진과 리콜사태 등으로 한국차에 시장을 빼앗긴 일본 차로서는 이번 파업을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일본 차 업계는 지난해부터 과감한 마케팅을 앞세워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고 최근 엔저까지 등에 업고 무서운 회복세를 실현하고 있다.

주요 외신도 이 같은 경쟁구도에 관심을 나타내며 현대ㆍ기아차 파업사태를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업체들이 엔저로 추가적인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현대ㆍ기아차에 파업이 일어났다"며 이번 일이 일본 업계에 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현대차 노조가 주야간조 각각 2시간의 부분파업과 1시간 잔업 거부를 벌인 결과 누적 4,185대의 생산차질(856억원 상당)이 발생하고 1ㆍ2차 협력업체도 727억6,000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울산 지역 여론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김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울산 근로자 1인 평균 임금이 3,800만원인데 현대차는 무려 9,400만원으로 이는 한국의 상위 5%에 해당한다"며 "이미 세계 자동차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데 무엇을 얻기 위해 파업하는가"라고 비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22일에는 파업 없이 사측과 교섭을 재개한다. 이날 교섭이 사태 장기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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