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심층진단] "세수 2배 늘어난다더니"… 대기업·부자 증세효과는 과대포장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확대 적용해도 연간 세수 증가액 1000억 안팎 그쳐<br>큰효과 없이 정치게임에 조세정책 희생… 무리한 세율조정땐 투자감소 등 부작용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 처리를 위해 대기업의 고용투자세액공제를 줄이면서 사실상 증세가 이뤄지게 됐다. 부자ㆍ대기업에 세금을 더 걷자는 '포퓰리즘 증세론'이 되살아난 셈이다.

하지만 정작 부자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증세효과는 과대포장되거나 왜곡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인 효과도 없이 정치적 게임을 위해 조세정책이 희생되고 있다는 얘기다.


5일 서울경제신문이 정부가 조세연구원에 발주했던 내부 용역보고서 내용과 정치권의 증세 주장을 비교한 결과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최고세율 확대 적용을 통한 소득세 부자증세는 연간 세수 증액효과가 1,00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대기업ㆍ중견기업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는 법인세 증세효과에 대해서는 야권의 주장이 최고 2배가량 부풀려진 것으로 평가됐다. 비교기준이 된 용역보고서는 기획재정부가 세제개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각각 법인세ㆍ소득세 2건으로 지난해 발주했는데 이 중 일부에는 여야 조세공약과 비교해볼 수 있는 증세 시뮬레이션 내용도 담겼다.

우선 민주당의 공약처럼 과세표준 3억원 초과 소득계층에만 적용되는 소득세 최고세율(38%)을 과표 1억5,000만원 초과 계층으로 확대적용할 경우 최고세율 적용 계층에서 늘어나는 소득세는 연간 1,185억원에 그쳤다. 이 중 1,093억원은 과표 3억원 초과 계층이 부담하는 것이며 나머지 92억원만이 과표 1억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계층의 몫이었다.

지난해 말 새누리당이 주장했던 증세론을 적용하면 세수효과는 더 떨어졌다. 이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과표 2억원 초과 계층까지로만 확대적용하는 내용인데 2억원 초과 계층으로부터 더 걷히는 세수는 불과 한 해 662억원이었다. 그중 627억원은 과표 3억원 초과 계층이 내는 돈이며 나머지 35억원 정도만 2억원 초과~3억원 이하 계층이 짊어질 것이라는 게 시뮬레이션 결과다. 억원대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범위를 넓히면 돈이 많이 걷힐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는 허상(虛像)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법인세 용역보고서는 여야의 지난 선거 공약을 보다 직접적으로 분석했다. 통합진보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8%포인트 인상(22%→30%)하는 공약을 추진하면서 이를 통해 올해 12조4,092억원의 세수 증가가 기대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정부 법인세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이를 통해 늘어나는 세수는 2011년 대비 5조5,205억원 증가(36조9,004억원→42조4,209억원)하는 데 그쳤다. 진보당의 주장이 2.3배가량 부풀려졌던 셈이다.


민주당 공약은 최고세율 3%포인트 인상(22%→25%), 중간세율 2%포인트 인상(20%→22%)을 추진하면서 두 세율의 적용 범위를 가르는 과표기준을 2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법인세를 2조8,189억원 더 걷을 수 있다는 주장도 곁들여졌다. 하지만 정부 용역보고서를 보면 실제 증가하는 세수는 이보다 12.4% 적은 2조4,702억원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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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최근 정부의 추경편성안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16%에서 18%로 2%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역시 세수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뮬레이션해보지는 않았지만 최저한세율을 18%로 올린다고 해도 법인세가 더 걷히는 규모는 2,000억~3,000억원 정도에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국회가 이미 지난해 말 대기업 최저한세율을 14%에서 16%로 한 차례 인상한 상황에서 1년도 안 돼 무리해서 추가 인상할 경우 세수효과는 크지 않은 데 비해 조세저항과 기업 투자 의욕 감소의 부작용만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도 "무리하게 세율이나 과표를 조정하는 증세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비과세ㆍ감면조항 중 정책 목표가 달성돼 더 유지할 필요가 없거나 지원이 과다한 조항들만을 선별해 세수 확보에 나서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비과세ㆍ감면 축소만으로 목표세수를 확보하기 빠듯할 경우 정치권 증세론에 밀리는 척하면서 대기업ㆍ부자 증세를 방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국회를 설득할 만큼의 정밀하고 구체적인 비과세ㆍ감면 구조조정 방안을 정부가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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