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입 12년 '조합형 육아공동체' 를 가다

"믿고 맡기니 좋긴 좋은데 보육비용 너무늘어 걱정"<br>한글·영어 선행학습 대신 구김살없이 뛰놀아 만족


도입 12년 '조합형 육아공동체' 를 가다 "믿고 맡기니 좋긴 좋은데 보육비용 너무늘어 걱정"한글·영어 선행학습 대신 구김살없이 뛰놀아 만족 "같은 동네 엄마ㆍ아빠가 모여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곳입니다. 국가에서도 어느 정도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합형 공동육아공동체가 우리나라에 등장한 지 12년째. 지난 94년 서울 신촌에 '우리 어린이집'이 문을 연 이래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80여곳에서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초등학생 대상의 '공동육아 방과후'가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을 믿고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곳을 찾거나 새로운 조합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보육비용은 부모들의 풀리지 않는 고민거리다. 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삼각산자락. "오미자차 마실 사람"이라는 보육교사의 외침이 들리자 삼삼오오 모여 놀던 아이들이 벌떡 일어나 선생님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슈퍼 앞에서 탄산음료를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들이 흔하다 보니 오미자차를 마시기 위해 서로 질세라 뛰어가는 아이들이 오히려 '별종'으로 보인다.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오전 나들이를 하는 '꿈꾸는 어린이집'은 우이동의 공동육아공동체다. 뜻을 같이하는 주민들이 함께 조합을 만들어 문을 연 지 올해로 7년이 됐다. 그 동안 100명 넘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자랐고 지금은 28개월 된 건우ㆍ건호 쌍둥이 형제를 비롯해 내년이면 학교에 가는 혜정이까지 22명의 아이들이 오전7시30분부터 오후7시30분까지 꼬박 한나절을 함께 지낸다. 평소에는 '기린' '딸기우유' '토란제비꽃' '알타리' 등의 애칭으로 불리는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보지만 부모들도 '아마 활동(아빠 엄마 활동)'을 통해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조합원 부모들은 조만간 어린이집 한켠에 자그마한 책방을 마련해 동네 주민들에게 책을 기증받고 대신 비조합원 주민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딸기우유로 불리는 보육교사 이세라씨는 "아이들이 한글ㆍ영어ㆍ수학 등 선행학습 대신 맘껏 뛰어놀며 구김살 없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부모들이 행복해한다"며 "하지만 공동육아에 드는 적지않은 비용은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공동육아공동체 부모들은 처음 조합에 가입할 때 출자금을 내야 하고 매달 보육료와 조합비ㆍ청소용역비 등을 지불해야 한다. 비용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꿈꾸는 어린이집의 경우 한 자녀 출자금은 500만원, 두 자녀는 700만원이다. 또 매달 보육료가 아이 나이에 따라 40만~51만원 정도 되고 조합비 1만7,000원, 청소용역비 1만5,000원도 내야 한다. 출자금은 조합에서 탈퇴하면 돌려받지만 매달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10년 전 공동육아가 막 움트기 시작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부동산 값이 치솟으면서 아이들을 기르는 '터전'을 마련하는 데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양의 '친구야 놀자 어린이집'의 경우 지난해 출자금을 2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세 배나 올렸다. 아이들 안전을 위해 임대를 그만두고 단독주택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황윤옥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총장은 "공동육아공동체는 공공성을 띤 보육시설"이라며 "지난해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돼 공동육아공동체가 부모협동 보육시설로 인정받게 된 만큼 터전 마련 비용 정도라도 국가에서 지원해줬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co.kr 입력시간 : 2005-05-0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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