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조화로운 사회'의 해법

지난주 중국 출장 중 찾은 난징(南京) LG디스플레이 복합단지. 이곳은 LG가 ‘제2의 내수시장’인 중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만들었다지만 상생경영의 진정한 해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두 8만평에 이르는 광활한 부지에는 한성ㆍ원우전자 등 한국에서 LG와 동반 진출한 협력회사들의 부품단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중소전자업체의 한 관계자는 “처음 LG 측으로부터 동반 진출제안을 들었을 때만 해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난징에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3년이 지난 지금, LG뿐만 아니라 전체 중국 정보기술(IT)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확장해 탄탄한 부품업체로 성장했다”고 활짝 웃었다. 대기업은 해외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동반 성장의 바람직한 모델을 보여준 셈이다. 흔히 대기업이 중국 등 저비용 국가로 생산현장을 이전하면 여론은 ‘산업 공동화’라는 이유로 맹렬하게 비난한다. 대기업들은 지역경제 위기나 중소기업 죽이기라는 비난이 퍼부어지면 볼멘소리로 ‘경쟁력 회복’이라는 말을 하지만 이도 여론의 뭇매에 힘을 못쓰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경제개발 과정에서 소외된 중소기업을 위해 대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을 치르고 있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좋은 조건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의 파업이 아닌 자본의 현실인 셈이다. 중국 속담에 ‘부처도 돈 앞에서는 맷돌을 굴린다’는 말이 있다. 중국인들의 장삿속을 그대로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익 앞에서는 누구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지금 기업인이 받는 스트레스 중 하나인 ‘상생경영’을 엄밀하게 따진다면 대기업에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고 중소기업을 도와주라는 것이다. 이익추구가 목적인 기업에 부처보다 더 큰 이타심을 갖고 기업경영을 하라고 하니 스트레스를 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중국 정부가 요즘 11차 5개년 계획으로 내세운 ‘조화로운 사회’는 한국의 양극화 해소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극과 극을 대립시키는 양극화보다는 서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조화라는 말이 좀더 와 닿는 건 기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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