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애로 해결엔 나몰라라

[도마 위 오른 산단공 전시행정] 교통난·휴폐업 관리 급한데…<br>산단공 이사장 15년새 8명이나 교체<br>"임기 보장해 사업 일관성 유지" 지적도

중소업계 관계자들은 산업단지공단이 디자인 등 겉치레 사업보다는 실질적인 당면문제 해결에 예산과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산단공 이사장 임기를 제대로 보장해 사업추진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중소업계 관계자들은 산단공이 겉치레 포장보다 지역 공단별로 당면한 현실 문제에 좀 더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공단 디자인 교체사업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단지 내 시급한 애로사항을 우선 해결하는 데 한푼이라도 더 써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공단마다 교통난 해소대책 마련, 철저한 휴폐업 업체 관리, 장기 미착공 업체 지원 등 공단 안팎의 긴급 민원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까지 제대로 해결을 못 본 상태다. 산업단지 교통난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와의 의견조율 문제 때문에 십수년째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1만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디지털단지나 반월공단의 경우 심각한 교통난으로 출퇴근 시간마다 몸살을 겪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산단공의 한 관계자는 "산업단지 교통난 등 대다수 문제들은 장기적으로 손을 봐야 하는 것이 많아 지금 당장 결과물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산업단지별 휴폐업 업체 관리 역시 조직화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여전히 중구난방식 집계가 이뤄지고 있다. 직원 몇 명이 단지 내 공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원시적인 집계방식이 지금도 쓰이다 보니 발품을 팔면 팔수록 휴폐업 업체가 늘어나고 반대의 경우는 줄어드는 통계의 오류가 심각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산업용지 활용 효율성도 크게 떨어져 국민세금이 줄줄이 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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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공 이사장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임기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산단공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산업단지공단이 출범한 후 15년간 총 8명의 이사장이 부임했다. 산단공 이사장 임기는 공식적으로 3년이지만 평균적으로 2년을 못 채운 셈이다.

임기를 끝까지 채운 이사장은 3명에 불과하며 바로 직전 이사장이었던 조석 현 지식경제부 차관의 경우 고작 5개월 만에 자리를 떠났다. 업계는 1년 만에 이사장이 두 명이나 교체됐는데 제대로 업무파악을 했을 리 만무하고 산단공 조직은 업무 보고자료를 준비하기에 바빠 당면사업에 집중할 여력이 있었겠느냐고 혀를 차고 있다.

게다가 잦은 이사장 교체는 '보여주기식' 사업 남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이 높다. '산업단지 환경 디자인 개선' 등 이전 이사장들이 추진하기 시작한 사업이 새 이사장의 정책에 밀려 더욱 성의 없이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단지 관련 사업은 다른 정부조직의 사업보다 훨씬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하지만 최근처럼 산단공 이사장이 자주 바뀌면 사업의 무게중심이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어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산단공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사장의 잦은 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다만 이사장이 바뀌더라도 장기사업의 큰 틀까지 흔들리지는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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