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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님은 먼 곳에' 정만 役 정진영

"찍고 나면 관객 몫 흥행 걱정 안합니다"<br>촬영 위해 색소폰 3개월 레슨··· 연기자 모두 실제 연주<br>수애는 '묵직한 연기자'··· 임상수 감독과 영화 찍고 싶어



[리빙 앤 조이] '님은 먼 곳에' 정만 役 정진영 "찍고 나면 관객 몫 흥행 걱정 안합니다"촬영 위해 색소폰 3개월 레슨··· 연기자 모두 실제 연주수애는 '묵직한 연기자'··· 임상수 감독과 영화 찍고 싶어 안길수 기자 coolass@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영화배우 정진영(45ㆍ사진)의 얼굴은 구릿빛으로 보기 좋게 그을려 있었다. 드라마 촬영차 중국에 머물다 전날 밤 급히 귀국한 사람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생기가 넘쳐보였다. ‘님은 먼 곳에’의 남자 주인공을 맡은 정진영은 ‘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 등 이준익 감독의 영화 4편에 출연, 감독의 ‘페로소나(personaㆍ분신)’로 불릴 정도. 그가 연기한 많은 작품이 크게 흥행했지만 사람들은 그를 스타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소박한 이미지를 가진 연기자로 기억한다. 총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님은 먼 곳에’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 21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번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피곤해 보이시는데 언제 귀국하셨죠? ▦드라마 촬영하고 어제(20일) 밤 10시에 들어왔어요. 비행기하고 버스를 도대체 몇 번 갈아탔는지… 정신이 없네요. (그는 현재 송일국과 함께 중국에서 KBS 드라마 ‘바람의 나라’를 촬영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고구려 2대왕인 유리왕 역을 맡고 있으며 9월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영화 잘 봤어요. 이번 작품은 어떤 영화죠?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여인 써니(수애)가 그 남자를 찾아서 월남에 간다는 내용의 영화죠. 배경은 70년대 월남전이고 전쟁 속의 추악함을 그리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의 전면에는 사랑이 깔려 있어요. 이준익 감독님은 여성적인 시각에서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액면적인 것은 사랑 이야기라고 보시면 되요. -이 감독님의 기존 작품과 다른 것 같은데요. ▦감독님께서 점점 자신만의 영화 어법을 확립한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더 아티스트 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상업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룰이 정해진 상업적 어법들을 계속 피해 가고 있죠. 논리적 설명보다 감성적인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찍은 것 같아요. 새로운 것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간다고 할 수 있겠죠. -자신만의 스타일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요. ▦모든 예술작품은 사람들과 소통을 합니다. 감독님도 자신만의 소통의 방식을 만들어 가는 것이란 뜻이에요. 다 얘기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전달되는 그런 것이죠. 절제와 여백이 더 많아지는 거죠. -감독님과 보통 인연은 아닌 듯 싶은데요? ▦처음엔 감독과 배우로 만난 게 아니라 ‘달마야 놀자’에서 제작자와 배우로 만났죠. 믿음을 주는 제작자였고 요즘도 그렇지만 당시 영화를 만드는 모습이 무척 도전적이어서 매료된 것 같아요. 돈 없을 때 함께 라면 끓여 먹던 사이가 오늘날까지 오게 됐네요. -감독님과 함께한 작품들이 대부분 흥행했죠? 어떤 매력이 있길래…. ▦점점 더 깊어지고 나아가는 감독의 모습을 보면서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솔직히 저는 감독님의 작품을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없는 특수관계죠(웃음). 그 분의 영화 세계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요. -작품에서 ‘정만’ 역을 했는데요. 겉보기엔 악역 같은데. ▦아마 홍보팀에서 악역으로 네이밍(naming)을 하는 게 편해서 악역으로 분류한 거 같아요. 정만은 주인공 ‘써니’의 안타고니스트(antagonistㆍ적대자)가 아닐까요. 정만은 극에서 2가지 기능을 하는데 써니를 괴롭히는 동시에 그녀를 남편이 있는 베트남으로 안내하죠. 그렇기 때문에 전형적인 악역으로만 볼 수 없죠. 정만이 왜 사기를 치고 왜 베트남에 갔는지 그런 물음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렇다면 정만도 시대가 낳은 피해자란 건가요? ▦물론 정만은 무책임한 사람이죠.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정만에게 숨겨져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어요. 이를테면 이북에서 내려온 사람이고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이라고요. 기지촌에서 살아온 양아치에 대해 생각해 봤지요. 뭐 꼭 피해자라고 단정하긴 그렇지만요. -대부분 태국에서 촬영됐는데 힘들지 않았나요? ▦배우는 지방이나 해외에서 작품을 찍게 되면 오히려 더 집중력이 높아져요. 게다가 개인적으로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해외 촬영을 즐기는 편이죠. 이번 작품은 일종의 로드 무비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매우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월남전 영화답지 않게 정치적 메시지는 강하지 않은데요. ▦베트남 전쟁을 다룬 영화는 기본적으로 반전(反戰)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하지만 감독님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셨죠. 저도 개인적으로 정치적인 내용을 정색하고 영화에 드러내는 것은 극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은 이런 것들을 말로 풀어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영화의 메시지는 사랑과 구원인가요? ▦남성성이 지배하는 전쟁터는 남의 것을 빼앗고 지배하는 추악한 현장이죠. 감독님은 전쟁터에서 모성을 가진 여성이 남성들을 구원하고 감화시킨다는 주제를 말하는 거죠. -화면 스케일이 크고 웅장한데요. 최고의 명장면을 꼽으신다면? ▦역시 마지막 장면이 최고의 장면이죠. 솔직히 관객들이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궁금해요. 평균적인 영화 어법으로 보면 그런 결만은 익숙하지 않는 게 사실이죠. 감독님은 영화에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것을 싫어하시죠. ‘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 등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한 결말이 아니었나 싶어요. -영화에 보니까 섹스폰을 능숙하게 다루시는 것 같던데요. ▦개인 레슨을 3개월 동안 받았죠. 실제 영화 속에서 섹스폰을 연주했는데 함께 출연한 모든 분들이 실제로 악기를 연주했죠. 섹스폰은 참 재미있는 악기 같아요. 촬영을 위해 레슨 선생님의 섹스폰을 태국에 빌려 가기도 했죠. 촬영이 끝난 뒤에도 앞으로 계속 연주를 하고 싶어서 선생님 악기를 돈 주고 구입했어요(웃음). -여주인공 ‘써니’ 역의 수애씨와는 첫 작업인데요. ▦그녀는 굉장히 묵직한 배우에요. 그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런 묵직한 감정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배우로서 파워가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하면서 수애씨도 굉장히 멋진 경험이었을 거에요. -후배 연기자로서 수애씨를 많이 도왔겠어요. ▦뭘 도와줄 게 있겠어요(웃음). 써니를 써니로 대해주는 것이죠. 감독님이 여배우랑 처음 작업하는 거라서 그런지 수애씨와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영화 속에서는 내가 정만이었지만 영화 밖에서는 감독님이 정만 역할을 하셨죠. -‘놈놈놈’ 등 한국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번 작품 자신 있나요. ▦엉뚱한 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흥행을 걱정을 하지 않아요. 오해하지 마세요. 자신 있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영화를 찍고 나면 그 뒤부터는 관객의 못인 거죠. 흥행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이 그 영화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셈이죠. -1988년 연극 데뷔 이후 올해로 연기생활 20년인데요. ▦(놀라는 표정)벌써 그렇게 됐나요(웃음). 어떻게 하다 보니까 배우가 직업이 돼서 운 좋게 연기 생활을 하고 있네요. 연기는 할수록 더 어렵고 겁나고…(침묵).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지 잘 모르겠지만 그때 그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그게 배우죠.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우정출연 빼면 12편의 영화에 출연했어요. 해보고 싶은 배역은 딱히 없고요. 대신 관객이 영화를 보고 ‘저 인물은 정진영이 하는 게 답이었네’ 하는 생각을 한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이준익 감독 말고 같이 일 해보고 싶은 감독이 있다면. ▦임상수 감독님 스타일 좋아해요. 그런데 감독님이 안 써주더군요(웃음). 그분 영화에서 풍기는 묘한 정서가 마음에 들어요. ‘그 때 그 사람들’ ‘바람난 가족’ 등 감독님의 작품은 대부분 다 좋았죠. 그분은 확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죠. -다른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은요? ▦기회가 되면 다시 연극 무대에 서고 싶어요. 아직 스케줄에 여유가 없어서 정해진 것은 없지만 배우가 연기하는데 장소를 따질 수 있나요. -상대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배우 같은데요. ▦내가 그 동안 맡아온 배역들이 주로 ‘짐꾼’ 역할이었죠. 이준익 감독님은 사석에서 저를 짐꾼이라고 부르는데 이야기를 끌고 가는 마부 역할인 거 같아요. 그게 제 역할이라면…. -드라마 촬영 중시신데요. ▦탤런트 송일국씨랑 ‘바람의 나라’를 찍고 있어요. 저는 고구려의 2대 왕인 유리왕으로 나오죠. 권력과 아들들을 바꿔야 하는 그런 아버지를 연기합니다. 드라마는 14년 만에 출연하는데 정말 오랜만에 나들이죠. 모든 게 신선해서 그런지 즐겁게 작업하고 있죠.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할 거 같은데요. ▦아들 녀석이 있는데 초등학교 4학년이에요. 제가 연기를 시작한 뒤에 태어났는데 예전부터 아버지는 바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큰 불만은 없는 거 같아요. 녀석이 공부를 썩 잘하는데 자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미안할 따름이죠. ■ 영화 '님은 먼 곳에'는… 이준익 감독의 음악영화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님은 먼 곳에'는 총 제작비가 100억원을 넘어서는 대작영화다. 감독은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에 이어 이번 작품으로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매듭지었다. 그런 기념비적인 영화인 탓에 감독은 여주인공의 입을 통해 자기 고백적인 대사를 사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적 상황과 베트남 전쟁이라는 사회적 격랑 속에서 평범한 인간 군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 또한 돋보인다. 여주인공 순이(이후 '써니'로 불린다ㆍ수애)는 남편(엄태웅)이 자신에게 말 한마디 없이 베트남 전쟁터로 훌쩍 떠나 버리자 위문 공연단에 합류해 월남으로 향한다. 그녀는 공연단 리더 정만(정진영)이 기지촌 양아치로 남의 돈을 갈취하고 사기를 치는 인물이란 사실을 알지만 남편을 찾기 위해 그와 함께 베트남 전쟁터를 유랑한다. 감독은 등장인물의 과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순이와 정만 뿐 아니라 밴드 단원과 참전 군인 등 거의 대부분의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생략돼 있다. 다만, 모두들 어딘지 모르게 버림받고 상처 입은 영혼으로 묘사한다. 감독은 관객이 스스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참여해 상상의 날개를 펼치도록 권유하는 듯 하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영화 촬영에 태국 정부와 군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점. 한류 열풍 덕이었을까. 한국에서 촬영했더라면 200억원을 투입했어도 찍기 어려웠을 장면을 태국 정부와 군대의 도움으로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촬영했다고 제작사는 전했다. 주인공인 정진영과 수애의 연기는 이제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듯하고 이준익 감독의 연출력도 영화의 깊은 맛을 한층 더 한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없지 않다.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 등과 같은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베트남전 영화와 비교할 때 스케일이 작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막대한 자본의 할리우드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겠지만, 예고편을 믿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볼 일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당신이 몰랐던 睡眠의 과학 • 코골이도 질병 방치말고 치료받길 • 열대야 이기는 숙면상품들 • 겨울병 다스리려면 여름부터 준비를 • 종합검진 저렴하게 받는 법 • '님은 먼 곳에' 정만 役 정진영 • 넌 바다 가니? 난 서울의 '바다 속'으로 간다 • 여행도 하고 역사·문화 공부도 하고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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