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먼사태 3년] 짧고 굵게 집중 처분… 외국인 매도 시장 충격 더 세졌다

최근 29거래일 동안 5조6,000억원 넘게 순매도… 3년 전보다 2,000억원 더 매도 <br> 14일 6,900억원 순매도 다시 매도 강도 키워


[리먼사태 3년] 짧고 굵게 집중 처분… 외국인 매도 시장 충격 더 세졌다 유럽서 되살아난 악령… 국내증시 상황은지수 3%이상 급락 리먼사태때보다 많아최근 7거래일간은 무려 2조나 순매도매도 지속 예상… 안전판 약해 타격 불가피 송영규기자 skong@sed.co.kr 최근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점점 나빠지면서 국내 증시가 3년 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의 악몽 속으로 다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최근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거세지고 있어 안전판이 취약한 국내 증시에 충격을 주고 있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3.77포인트(3.52%)나 떨어진 1,749.16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그리스가 국가부도(디폴트)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프랑스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남유럽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유럽 전체로 전염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게 국내 증시에도 충격을 줬다. 전문가들은 특히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6,900억원 이상 순매도를 하는 등 최근 7거래일 동안 무려 2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 치우며 지수를 130포인트 이상 끌어내렸다. 문제는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른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국내 증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던 지난 2008년 리먼 사태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는 데 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지난달 2일부터 이날까지 29거래일간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5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리먼 파산 직후 같은 기간 동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팔아 치웠던 물량(약5조4,000억원)을 3,000억원이나 뛰어넘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3년 전보다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리먼 사태 이후 외국인이 6,000억원 이상 순매도한 것은 29거래일 동안 단 한 번이었지만 최근에는 세 번을 넘어섰다. 특히 이 중 두 번은 1조원 넘게 팔아 치웠다. 또 지수가 3% 넘게 급락한 날도 리먼 사태 당시(일곱 번)보다 많은 여덟 번에 달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최근 29일간 2,172포인트에서 1,740포인트로 43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비록 3년 전의 낙폭(531포인트)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폭이지만 시장에서 느끼는 충격의 강도가 컸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주식 담당자는 "최근 외국인의 매도는 짧은 시기에 굵게 이뤄진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매도 규모만 놓고 보면 3년 전에 비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로 외국인의 이 같은 집중적인 매도 패턴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외국인 매도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에서 시작된 공포가 글로벌 신용위기로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외국인 매도 주체는 미국계였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2007년 7월부터 정점을 지난 2009년 2월까지 미국계 자금은 무려 40조7,000억원가량을 매도했다. 당시 유럽계 자금은 이보다 절반이 훨씬 안 되는 18조9,000억원을 팔았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기의 징후가 보이던 2010년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팔아 치운 곳은 유럽계로 8조원 수준이었다. 반면 미국계는 19조3,000억원을 사들였다. 최근의 위기 동안 유럽계 자금만이 매도에 나섰다는 의미다. 문제는 위기의 파도가 유럽을 넘어 글로벌 전반으로 번질 경우다. 그동안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미국계 자금이 매도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국내 증시는 또 한번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김학균 대우증권 연구원은 "유럽이 더 나빠질 경우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미국계 자금이 이탈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일단 유럽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느냐가 가장 큰 관건인데 현재로서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내 증시도 당분간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상황은 리먼 사태 때보다 위기의 크기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위기 관리 능력은 당시보다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외국인의 매도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지수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 쇼크 장기화… 한국경제 수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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