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누리꾼과 투표

지난 4월 총선 당시, 인터넷 세상은 온통 야권 지지자들로 넘쳐났다. 새누리당이 부패하고 무능력한 집단으로 매도되며 야권의 국회의석 과반확보는 기정사실로 보였다. 여권을 지지하는 글을 찾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을 얻어 인터넷 세상과 현실의 간극만을 여실히 보여줬다. 낮은 투표율이 문제였다. 총선 때 세상을 바꿀 것처럼 인터넷 게시판을 뒤덮던 20대 후반(25~29세)의 투표율은 37.9%에 그쳤다. 반면 60대 이상 어르신층은 68.6%로 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누리꾼들의 바람대로 총선 결과가 나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뻔했다.


그로부터 8개월 뒤인 올 12월의 세밑풍경도 4월과 유사하다. 다음 '아고라'를 비롯한 누리꾼들의 공론장에는 야권 지지자들이 넘친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과 비판이 꾸준히 이어지며 문재인 후보에 대한 찬사와 지지가 잇따른다. 문 후보의 당선이 기정사실처럼 비친다. 하지만 현실의 지지율은 박 후보가 문 후보를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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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투표다. 제 아무리 인터넷상에서 이야기를 하고 자신과 관점이 비슷한 글에 '추천'을 누른다 하더라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말 그대로 오프라인과 단절된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자기만족일 뿐이다. 온라인에서는 팍팍한 삶의 비루함을 호소하면서 선거 당일에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에 나들이 가는 젊은층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그대로다. 오히려 인터넷 게시판에 쏟아내는 불만만 겹이 더해질 뿐이다.

역사는 어느 정도 반복되기 마련이다. 누리꾼들이 이번에도 온라인상에서만 잔뜩 날을 세운 채 선거 당일 늦잠 등을 이유로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면 결과는 매한가지다. 지금도 각종 게시판에 정치적 불만을 쏟아내기 바쁜 이가 있다면 그걸 행동으로 보여야 하지 않을까. 인터넷상에 올리는 그 수많은 글들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8개월 전에도 경험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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