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하고 전문성 있는 정책 수출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신동규(55ㆍ사진) 수출입은행장은 창립 30주년을 맞아 전문성을 갖춘 수출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다할 것임을 다짐했다. “수출입은행이 창립된 지난 76년에 77억달러에 불과하던 우리 수출규모가 올해는 3,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30년간 계속된 수출 성장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의 역할은 지대했다고 자신합니다. 또 외환위기 시절 모든 시중은행의 외자조달이 어렵던 상황에서 수출입은행은 무역어음 재할인 업무를 지속해 외환위기 극복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수출입은행이 지난 1일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신 행장은 우리나라가 ‘수출 대국’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른 돌을 맞은 수출입은행이 ‘촉매제’로 중대한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국책은행의 기능 재정립 논의와 관련, “국책은행의 통합이 거론되고 있지만 자칫 통합할 경우 수출기업에 대한 부당보조금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고 견해를 밝혔다. -창립 30주년을 축하합니다. 그동안 수출입은행이 많은 일을 했습니다. ▦돌이켜보건대 수출입은행이 처음 문을 연 70년대 말 당시 수출입은행은 조선산업에 수출 장기자금을 지원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조선산업이 세계 1위로 부상한 것을 보면 수출입은행의 공이 적지않음을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외환위기 때 시중은행의 외자조달이 막혀 기업들의 수출이 애로를 겪었을 때 무역어음 재할인 업무를 지속해 외환위기 극복에도 한몫을 했습니다. -수출입은행의 위상도 많이 높아졌지요. ▦수출입은행은 이제 동북아 금융협력의 중추가 됐습니다. 우리는 2004년 5월 제주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중국 및 일본 수출입은행장들에게 ‘한중일 수출신용기관 협의체’의 구성을 제안하고 지난해 5월 첫번째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했습니다. 제2회 회의는 올해 하반기에 중국수출입은행이 주관해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한중일 수출신용기관 협의체’ 구성을 성공시킨 것은 동북아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의 위상이 어느 정도임을 말해주는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또 수출입은행은 최근 미주개발은행(IDB),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아시아개발은행(A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국제개발금융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협조 대출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고 있는데 이는 국제개발금융기관들이 수출입은행을 파트너로 인정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책은행으로서 수출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중소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수준에 이르고 수출경쟁력의 원천이 수출중소기업에 있는 등 수출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막대합니다. 따라서 취임 이후 수출입은행의 선박ㆍ플랜트 등 대기업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그 기반이 되는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에 대한 무담보소액대출제나 중소기업 회생지원 프로그램, 금융권 최초 수출중소기업 멘토제 실시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수출입은행의 수출중소기업 지원실적은 제가 부임한 후 2003년 2조3,000억원에서 2005년에 4조1,000억원으로 78.3% 증가해 나름대로 뚜렷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또 전체 여신 중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22.2%에서 2005년 25.1%로 증가했고 올해에는 약 29%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논의 중인 국책은행 기능 재정립에 대해 견해를 말씀해주시지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수출입은행의 ‘미션(임무)’이 끝날 수 있겠습니까. 미국ㆍ영국ㆍ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모든 국책은행을 민영화했지만 수출입은행만큼은 계속 존속시켜 국가경쟁력 확보와 대외경협의 축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집니다. 앞으로도 수출입은행은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해외투자와 해외자원개발 사업이나 우리 기업의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확대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남북협력기금 수탁은행으로서 수출입은행의 역할 확대도 필요하고요. 그런데 일각에서 국책은행간 통합을 거론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같은 기업에 장기 설비자금과 수출금융이 이중으로 될 수 있고 이는 외국으로부터 부당 보조금 시비를 일으키게 될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수출입은행의 향후 30년을 구상해야 할 때라고 보는데요. ▦수출입은행은 앞으로 ‘작지만 강하고 전문성 있는 정책수출금융기관’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미국 등 선진국을 비롯해 세계 80여개 국가들이 수출입은행과 같은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을 갖고 있습니다. 또 중국과 인도네시아 수출입은행을 벤치마킹해 유사한 금융기관을 세웠고 우리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베트남이 얼마 전 베트남 개발은행을 발족시켰습니다. 개방경제하에서는 교역이 필수적이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책금융기관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결국 수출입은행은 급변하는 대외거래 환경에서도 역할과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확보해 ‘작지만 강한 정책금융기관’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대외경제협력을 증진하는 역할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에너지 자원을 해외에서 개발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 투자 진출하는 것도 늘어날텐데 이런 활동에 국가적 차원의 금융지원이 긴요할 것입니다. -취임 3년이 돼가는데 그동안의 수출입은행 경영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수출입은행은 최근 몇 년 사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뚜렷한 성장을 보였습니다. 양적인 면에서 대출규모가 2003년 9조3,000억원에서 2005년 15조원으로 3년 동안 60% 이상 증가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은 2003년 2조2,800억원에서 2005년 4조1,100억원으로 3년 동안 1.8배 증가했습니다. 질적으로도 당기순이익이 2003년 441억원에서 2005년 2,245억원으로 늘어나는 한편 부실여신비율(고정이하 여신비율)은 2003년 2.33%에서 2005년에는 0.22%로 대폭 낮아지는 등 건전경영 구조가 뿌리를 내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여신지원 규모가 확대되면 부실여신도 함께 증가하는데 수출입은행은 여신지원 규모와 건전성을 동시에 높였습니다.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지요. ● 수출입은행 30년 대외거래 지원 충실…수출구조 변화맞춰 금융지원도 맞춤서비스 '중화학 수출 진흥.' 지난 76년 수출입은행 창립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필로 써 보낸 현판의 문구다.(사진) 수출입은행은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처럼 수출입국과 중화학공업 육성이라는 정부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대외거래 전문 정책금융기관으로 탄생했다. 수출입과 해외투자, 해외자원 개발에 필요한 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수출입은행은 지난 30년간 그 소임을 다해 국민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외거래에 대한 금융지원을 통해 수출증대, 수출구조 고도화, 경제의 선진화 등에 큰 역할을 해왔다는 분석이다. 수출입은행의 기능과 역할은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단계 및 수출구조 변화에 맞춰 발전해왔다. 설립 이후 80년대 말까지는 선박 등 대형 자본재의 수출과 원자재의 수입을 지원하면서 중화학공업 제품의 수출을 뒷받침했다. 또 이때부터 정부로부터 대외경제협력기금을 위탁받아 개발도상국과의 경제협력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후 90년대 중반까지는 선박 수출지원 외에 태동기의 플랜트ㆍ기계류 산업 수출과 수출중소기업 육성 지원에 힘써왔으며 이때 만들어진 남북간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 마련된 남북협력기금의 운영업무도 위탁받게 됐다. 90년대 후반부터 2002년까지는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외환위기에서 회복기까지 탄력적인 금융지원을 강화해 정부의 수출진흥정책에 협조해왔다. 특히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외화조달과 이를 통한 수출기업 지원으로 당시 취약했던 민간 금융시장을 충실히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3년 이후부터는 우리 기업이 대형 플랜트사업이나 고부가가치 선박 등을 수주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파이낸스ㆍ스트럭처드파이낸스 등 선진화된 금융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등 정부의 차세대 전략육성 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과 아울러 안정적인 자원 확보를 위한 해외자원 개발사업 지원 등 명실공히 '대외거래 지원 전문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됐다. ● 신동규 행장 경영스타일 현장감각·추진력 중시 '세일즈맨' 신동규 행장은 스스로 '세일즈맨'임을 자처한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보고를 받고 결재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직접 고객도 만나고 외국에 나가 대형 프로젝트 발주처의 사람들과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조건 등을 타진한다. 발로 뛰면서 아이디어를 찾고 일단 결정된 사안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신 행장은 "현장감각과 추진력을 매우 중시한다"고 말했다. CEO가 현장에서 멀어지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 행장의 경영관은 그의 해외출장 이력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지난 2003년 9월 수출입은행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40개국 이상을 방문했고 거리로 계산하면 지구를 14바퀴 정도 돌았다. 대외거래를 지원하는 수출입은행의 대표로서 해외고객을 찾아가 직접 마케팅을 하고 그들의 의견을 듣는 것을 중요시하다 보니 강행군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신 행장은 모든 일을 철저히 준비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애쓴다. 본인한테도, 직원들에게도 철저함과 최선의 노력을 요구한다. 주목받는 일이 아니라고 대충하려는 자세는 용인하지 않는다. 신 행장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는데 결과가 미흡하게 나온 것에 대해 직원들을 책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우에는 결과가 좋더라도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 신 행장은 '열정'의 경영자이고 이러한 열정을 가진 직원을 높이 평가한다. ◇약력 ▦51년 경남 거제 ▦69년 경남고 졸업 ▦70년 서울대 경제학과 입학 ▦73년 행정고시 14회 합격 ▦81년 영국 웨일즈대학교 대학원 금융경제학 석사 ▦85년 아시아개발은행(ADB) 파견 ▦89~94년 재무부 자본시장과장, 증권정책과장, 증권발행과장, 국세조세과장 ▦94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장 ▦96년 대통령비서실(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 파견 ▦2000년 재정경제부 공보관 ▦2001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2002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2003년 한국수출입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