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사설/9월 10일] 푸틴 총리는 대권 행보 중단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돌발 행동의 일인자다. 지난 2008년 러시아 대선 때만 하더라도 그는 고위정치계에서 떠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런데 선거가 시작되기 직전 그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러시아 대통령에게 권좌를 물려주며 자신은 총리직에 오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푸틴을 총리 자리에 앉혔다. 이후 총리가 된 푸틴이 오는 2012년 대권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설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지금 이 예측이 척척 맞아 떨어지고 있다. 푸틴 총리의 대권 도전은 환영 받지 못할 일이다. 인근 서방국가들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주 푸틴 총리는 소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상황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직을 4번이나 연임했다. 푸틴 총리는 이 자리에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4번이나 대통령직을 연임했지만 아무도 미국의 민주주의가 침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다르다. 무늬만 민주 선거인 러시아와 달리 루스벨트 대통령은 공정한 미 경선시스템에서 4번이나 승리를 거뒀다. 푸틴이 다시 크렘린 궁에 입성하려는 것은 권력 획득을 위한 술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는 분명 지난 십년간 러시아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현재 경기침체와 고질적인 부패로 신음하는 상황에서 그가 대권에 다시 도전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동안 천연자원에 의존했던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러시아의 경제체질을 다양화하고 현대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러시아가 진정한 현대화를 이루려면 정부시스템을 개혁하고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 러시아가 그토록 열망하는 선진경제체제를 실현하려면 지금의 권위주의체제보다는 민주주의를 택해야 한다. 그러나 푸틴의 발언을 듣고 있노라면 이러한 러시아의 열망은 요원해 보인다. 푸틴은 그동안의 업적을 바탕으로 러시아 사람들에게 오직 전지전능한 권력자만이 러시아의 통합과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그러나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은 이런 믿음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고 러시아의 미래를 책임질 유능한 차기 대선 후보자를 길러내는 것이다. 푸틴 총리가 러시아에 공헌하는 지름길은 정계에서 물러날 때를 부지런히 모색하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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